▲당도가 높고, 식감과 청량감이 뛰어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고령군 우곡 그린수박.
경북매일
비닐하우스 속에서 조그맣게 피어난 노오란 꽃송이를 본다. 장미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에델바이스처럼 애달픈 전설을 담고 있는 꽃도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빛깔이다.
바로 수박꽃. 이 수박꽃의 꽃말은 '크나큰 마음'이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과일 중 크기에서 수위를 다투는 큼지막한 수박에 썩 잘 어울리는 꽃말이 아닐 수 없다.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고대 이집트에서도 수박을 길러 먹었다니 우스개처럼 이야기하자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과일이라 할 수 있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최후의 통치자였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새하얀 은쟁반에 담긴 새빨간 수박을 손가락으로 한 조각 집어 드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르게 찾아온 초여름 더위가 어느 순간 잊힐 것이다.
수박이 고향인 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시기는 15세기 중반을 전후해서였다. 한국의 경우 <연산군일기(燕山君日記)>에 백성들이 수박을 재배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수박은 서기 1500년 이전부터 한반도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달콤한 과일이었다.
시과(時瓜), 서과(西瓜), 수과(水瓜)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수박. 경북 고령군은 바로 이 수박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고령군청 관계자는 "청정한 가야산과 낙동강 맑은 물이 길러내는 수박은 청량감이 뛰어나고 당도가 높다"는 말로 고령의 특산물로 자리 잡은 '우곡 그린수박'을 자랑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지 20년, '새로운 길' 열어준 수박최송기(53)씨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가 1996년 한국에 불어 닥친 경제 불황의 여파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고향인 경상북도 고령으로 돌아왔다. 귀향 20년을 넘긴 최 씨는 최근 우곡면 들판에서 올해 첫 수박 수확을 했다.
660㎡짜리 비닐하우스 17동을 이용해 아내와 수박농사를 짓는 그는 "농경지에는 지하수 시설이 잘 정비돼 있어 물 걱정은 없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