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창비
'마음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엿볼 수 있듯이, 동시를 쓰는 어른이 어린이 마음결을 살피면서 엮은 사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걱정스럽다] 노래를 못하는데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할 때 드는 마음[고맙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나도 빌려줄게." 짝꿍이 지우개를 빌려줄 때 드는 마음[궁금하다] 아빠가 싼 여행 가방을 열어 보고 싶은 마음[사랑하다] 동생에게 내 목도리를 벗어 둘러 주는 마음. "괜찮아. 형은 별로 안 추워."여느 사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야기를 그림하고 잘 맞물려 놓은 <아홉 살 마음 사전>이지 싶어요. 아마 아홉 살 어린이는 이 책에 깃든 그림만 보면서도 '마음말(마음을 밝히는 말)'을 환하게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때에 어느 낱말을 쓰면 좋을는지 이끌어 주고, 아이들이 학교 안팎에서 겪는 여러 가지 일을 차근차근 보여주어요.
[서럽다] 언니가 말하는 것은 다 사 주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하나도 사 주지 않아[조마조마하다] 오빠가 풍선을 크게 불었어. "그만 불어. 터질 것 같아서 못 보겠어."[좋다] 아빠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르륵 잠이 잘 와[찡하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이틀 만에 찾았어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아이한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 '좋다'고 하는 모습이라든지, 풍선을 불면 터질 듯해 '조마조마하다'고 하는 모습이라든지, 잃은 줄 알던 강아지를 이틀 만에 찾아 '찡하다'고 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애틋합니다.
그런데 이 <아홉 살 마음 사전>은 그림으로만 이쁘장하게 보여주는 '마음말 사전'이지 않아요. 그림을 시원시원 집어넣고 말을 줄이면서 한결 돋보이는 엮음새입니다만, 바로 '말'을 다루는 '사전'이기 때문에, 말을 제대로 밝히고 엮어내어야 비로소 제값을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여든 가지 낱말을 가볍게 다룬 자그마한 사전인데, 이 작은 사전은 매우 안타깝게도 숱한 올림말이 서로 겹치거나 엉키는 '돌림풀이·겹말풀이'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낱말 하나를 그냥 따로 보려고 하더라도 뭔가 아리송한 대목이 자꾸 불거져요. 낱말을 놓고 세 가지씩 붙이는 보기글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무엇보다 낱말풀이가 뒤죽박죽입니다. 가장 뒤죽박죽인 대목은 '고맙다·기쁘다·좋다·반갑다' 같은 낱말 꾸러미입니다.
[고맙다] 남이 친절하게 대해 주거나 도움을 주어서 흐뭇하고 즐겁다[기쁘다] 바라는 일이 이루어져 기분이 좋고 즐겁다[신나다] 재미있고 즐거운 기분이 들다[유쾌하다] 즐겁고 상쾌하다[좋다] 즐겁고 유쾌하다[즐겁다]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통쾌하다]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 즐겁고 유쾌하다[행복하다]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다[흐뭇하다] 마음에 들어 기분이 좋다[반갑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거나 바라던 일을 이루어 즐겁고 기쁘다'고맙다'를 "흐뭇하고 즐겁다"로 풀이하는데, '흐뭇하다 = 기분이 좋다'요, '즐겁다 =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로 풀이합니다. 서로 엉키는 돌림풀이가 되면서 겹말풀이입니다. 여기에 '기쁘다'를 "좋고 즐겁다"로 풀이하면서 또 엉키지요. '신나다'도 '재미'하고 '즐거운'으로 풀이하니, 이 대목에서도 엉키고요. 그리고 '유쾌·통쾌' 같은 한자말을 보면, '유쾌하다 = 즐겁고 상쾌하다'인데, '통쾌하다 = 즐겁고 유쾌하다'로 풀이해서 서로 얽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