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피드스페인 약국에서 볼 수 있는 효능 좋은 밴드
임충만
또 다른 장애물
열흘 넘게 걸어보니 날씨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장애물을 맞이했다. 가장 먼저 순례자들이 맞는 위기는 바로 물집이다. 한 달 동안 무사히 걷기 위해서는 가방 무게를 줄여 몸에 오는 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신발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루 6~8시간씩 20~30km 때로는 35km를 걷기 때문에 발이 편안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신발을 신어도 워낙 오래 걷기에 물집이 생기고 발이 부르트곤 한다. 물집이라는 것은 영어로 blister 스페인어로는 'ampolla'라고 불리는데 피부 세포와 세포 사이에 단백질 성분을 가진 묽은 액체가 고여 생긴다. 생리 식염수로 치료가 가능한데 표피 밑에 존재하면 흉터나 궤양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물집이 생기면 유의해야 한다.
물집이 한 번도 생기지 않기는 어려우나 예방은 가능하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40~50분씩 걷고 나서 무조건 10분 이상은 쉬곤 했다. 비가 와서 쉴 곳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평소 날씨가 좋은 날 더 걸을 수 있더라도 일정 시간은 쉬고 발 마사지를 했다. 너무 오래 걸으면 배낭 무게 때문에 무릎 관절에도 좋지 않고 발도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이다.
마사지 뿐만 아니라 발을 말려줘야 물집이 잘 생기지 않는다.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면 넉넉한 양의 양말을 준비해 중간중간 갈아 신는 게 좋다. 순례길을 걷는 동안 반짝반짝 빛나는 십자가 모양의 간판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약국이다. 순례자들이 많이 찾다 보니 스페인 약국은 굉장히 잘 준비되어 있다. 여러 제품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콤피드 스틱(Compeed Stick)을 바르면 유용하다. 이외에도 바셀린을 발라 발과 신발의 마찰을 줄일 수도 있다.
종이 반창고를 발가락과 발에 감아 마찰을 줄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게 물집이다. 물집이 생겼다면 소독한 바늘로 터트리고 소독약으로 소독하는 것이 좋다. 물집이 작고 아직 부풀지 않았다면 콤피드를 구입해 물집 위에 붙이는 것을 추천한다. 발바닥용 발가락용 종류가 있고 효과도 좋다. 무릎이 좋지 않은 순례자들은 무릎보호대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