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박근혜 퇴진 캠핑촌' 앞, 포승줄에 묶인 박근혜 대통령의 모형이 등장했다.
노순택
박근혜 퇴진에서 나아가 '구속'이어야 한다는 것, 재벌이 몸통이라는 것, 1박2일 대행진 등을 통해 노동 의제의 전면화와 박근혜 퇴진 이후가 도리어 상상되어야 한다는 것, 양심수 석방과 아울러 모든 박근혜 정부 하 공작정치와 공안탄압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 블랙리스트 건을 축으로 박근혜 핵심 공범인 김기춘과 조윤선, 김종 등을 처벌하고, 이후 그 어떤 정부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불법적으로 사찰 검열할 수 없도록 하는 일 등 늘 박근혜 퇴진운동의 에너지가 실제적인 한국 사회의 변화로까지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그런 상상력을 촉진하는 기획투쟁들을 이끌어 왔다.
그를 위해 캠핑촌은 거점에서만 활동했던 게 아니다. 재벌 본사로, 국회로, 서울구치소 앞으로, 국정원 앞으로, 세종시 정부청사로, 조선일보 앞으로 등 모든 적폐의 대상들이 되는 곳들로 원정투쟁들을 다니기도 했다. 본무대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소수자 주체들과 그 의제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캠핑촌도 힘써 함께 했던 박근혜 퇴진 이후, 우리는 무엇을 상상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우선 과제로는 박근혜 구속, 공범 그룹들인 우병우 등의 구속, 그리고 정몽구를 비롯한 재벌 총수들에 대한 구속 처벌 운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또 다른 공범에 다름 아닌 황교안 직무대행과 그 내각에 대한 총사퇴와 처벌 요구도 정치공학의 차원을 떠나 광장에서 계속 요구되어야 할 사안일 것이다.
또 다른 박근혜를 길러내는 온상이 될 수 있는 자유한국당, 바른 정당 등 구시대 정치권들에 대한 역사적 퇴출, 해산 운동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과제들이다. 또 놓치지 말아야 할 일들은 '여의도 정치'에 대한 견인, 견제와 개입, 나아가 비판과 저항 등의 활동들이다.
현재 차기 대선으로 집권이 확실시 되는 범야권 역시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실제적 진전을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대상일 수 있다. 촛불시민민중들은 혁명을 이루어 냈지만, 여의도 정치는 전혀 이 시민민중 혁명의 성과를 온전히 받아 안고 한국사회 민주주의의 실제적 변화로 가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보인다. 여의도 정치는 지금이라도 박근혜로 대표되었던 반민주, 반민생, 반노동자민중, 반평화, 반인권 법안들을 즉각 폐기하고, 새로운 한국사회로의 돌입을 선언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재개정, 백남기 농민특검, 사드배치 철회, 국정교과서 폐지, 위안부 합의 철회, 각종 노동악법 폐기 등은 최소한의 조치들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박근혜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이런 실제적 과제들에 눈 감고 잠자고 있는 여의도 정치에 대한 규탄과 강제가 필요하다.
한편, 이런 과제 수행을 구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광범위한 고민들이 존재하고 있다. 퇴진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정치 주체들의 출현과 결집을 위한 노력들이 있기도 했다.
시민의회가 제안되기도 했고, 혹여 전개 과정에 거국내각이 세워진다면 시민사회의 참여 형식, 그 외 촛불후보 추대를 고민해보는 흐름, 민주노총 등 민중운동 세력들을 중심으로 노동자민중 후보 전술 고민, 이후에라도 새롭게 등장하는 정부에 어떤 형태로던 시민사회 참여 등의 형식에 대한 고민들이 없었거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이런 새로운 정치 주체 형성은 부분은 가능치 않은 상태로 보인다. 혁명의 성과는 현재 다시 구시대 정치권으로 수렴되는 경로 외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시작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당장 새로운 정치주체와 새로운 사회의 윤리와 의제들을 대선 공간을 통해 전면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후 새롭게 만들어 갈 2단계 혁명의 과정에서는 얼굴과 당 이름만 바뀌는 식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 한 사회의 세계관 자체가 통으로 변해가는 과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들인지도 모른다.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지만 2단계 시민사회 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각종 조직들과 주체 마련에 들어가야 한다. 특정 인물과 한 사건 혹은 사안들에 대한 즉자적 분노를 넘어 불공정하고 불의한 기존 사회 구조와 각종 세력과 체재 자체에 대한 명료한 인식과 분노와 저항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런 꿈이 이제는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이번 11월 혁명의 경험이 자리 잡아 나가야 한다. 좀 더 자신을 열고 더 큰 연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기존 체재와 정치 지형에서 벗어나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회를 상상하고, 행동하는 주체들로 우리 스스로들이 거듭나야 한다.
그 방향은 명확하다. 헬조선, 흙수저 인생들, N포세대, 서민노동자 가족들의 자살공화국, 복지사각지대의 수많은 빈민들, 일할수록 빈곤해지는 1100만 비정규직 시대, 1300조를 넘는 가계부채시대, 그 모든 사회적 불행 위에 서있는 소수 자본가들만의 천국을 이제 그만 끝장내는 일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한 조치들이다. 그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적 역사적 주체들로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이 역사적 순간을 상상하고, 결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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