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실에 사는 100세 안팎의 최고령 할머니들. 성월순, 이한례, 신숙지, 조중성 할머니(왼쪽부터).
<무한정보> 이재형
특히 60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에 90세 이상 할머니가 4분이나 되고 모두 당장이라도 밭으로 나가 호미를 잡을 만큼 건강하시다. 이한례(102세), 신숙지(99세), 성월순(92세), 조중성(90세)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최고령자 이한례 할머니는 친정이 예산군 응봉면 갈울이고, 시집와 7남매를 뒀다. 귀가 어둬서 그렇지 밭일을 할만큼 건강하시다.
"너무 오래 살아서 넘부끄러워유." 신문사에서 왔다고 하니 돌아온 대답이다.
"넘부끄럽다고 자꾸만 (저승에) 간다는 걸 내가 붙들어 놨유." 옆에 있던 성월순 할머니의 말에 모두 한바탕 웃는다. 성 할머니는 박풍서(71) 이장의 어머니다. 박 이장의 모습이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
"아들이 고기도 잘사오고 덕산가서 목간하고 나믄 보신탕도 자주 사줘유"하고 자랑하신다.
두 번째 고령인 신숙지 할머니는 잘 웃고 수줍음도 많이 타신다. 지난달에 백수잔치를 했는데 귀도 밝고 몸도 짱짱하시다. 장수비결을 물으니 그런거 없단다. "그러면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시냐"하니 "밥이 최고지유. 김치멀국하고"라며 힘도 안 들인다.
다른 할머니들도 이구동성으로 밥과 김치를 꼽은 뒤 "솥에서 나온 건 뭐든지 잘 먹어유"한다.
조중성 할머니는 "우리동네 어른들이 왜 건강한가 했더니 우리 아들 얘기가 일을 많이 해서 그렇대유" 하니 또 모두가 웃는다.
이어 할머니는 "우리 아우들 자랑 좀 해야겄네유. 즐기면(겨울이면) 두달보름 동안 여기서 즘슨(점심), 저녁 두끼를 얻어먹어유. 막내들(70대)이 밥을 허믄 바로아래 동상들(80대)이 설거지를 해유. 교자상을 5개씩이나 논다니께유. 엄동설한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으니께 을매나 장해유."그러자 막내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그란디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젤로 걱정이유. 다른디 가보믄 크고 존것도 많든디"하고 나서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걱정이 스친다. 그러다가도 누가 한마디라도 하면 금세 다시 활짝 웃는다.
세할머니는 모두 신양면이 친정이고, 이 곳 반남 박씨네로 시집와 일가간이란다. 담을 사이에 두고, 또는 고샅길로 이어져 오순도순 모여산 지 70년 세월, 쌓인 정이 오죽할까.
곰실경로당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헤픈 웃음은 봄꽃보다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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