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보는 '국기' 번호판. 운전자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김학용
지난 주말, 고속도로를 주행 중인 내차 앞으로 가고 있는 차량 한 대. 그런데, 번호판이 '국기 13O-1OO'이다. 국기? 난생 처음 보는 번호판이다. 말로만 듣던 '국가 기밀' 차량인가? 아니면 '국가 기술 요원'? 그것도 아니라면 요즘 언론을 장식하는 국기(태극기)를 수호하는 차량일까. '국기'와 관련된 몇 개의 줄임말을 떠올렸지만, 전혀 추측하기 힘들다.
일단은 번듯한 모습의 정상 번호판으로 보이는 것을 보니 장난이나 위장번호판은 아닌 것 같다. 또, 차량의 연식이 최소 10년은 넘어 보이고, 아이가 타고 있다는 'Baby in Car'라는 스티커를 붙인 걸 보면 국가기밀을 다루는 정보기관의 차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경적이라도 울리면 과연 누가 차창을 내리며 맞을지 궁금해진다.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국토교통부)를 찾아봤다. 결론은 내가 봤던 '국기' 번호판은 국제기구를 뜻하는 외교용 차량이었다. 차량번호판의 앞뒤 숫자는 국가기구 번호 3자리와 국가기구 내 차량의 순번(서열)을 의미하는 뒤 3자리라고 한다.
특수자동차 번호판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비밀은 의외로 많이 숨어있다. 지난 2004년부터 등록지역의 표기를 없앤 전국 번호판이 시행되면서 차종 기호와 용도 기호에도 일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외교용 차량은 조금 특별하다. 외교관용은 '외교', 영사용은 '영사', 준 외교관용은 '준외', 준영사용은 '준영', 국제기구용은 '국기', 기타외교용은 '대표, 협정' 등으로 구분하여 쓴다.
특히 '대표'는 주한 대만대표부와 같이 정식으로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의 차량을 의미하며, '협정'은 별도의 협정을 통해 외교사절단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에 부여된다. 예컨대 '외교 001-001'은 대한민국과 첫 번째로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 대사관의 대사 차량이다. 그러나 외교 차량에 부여되는 국가별 번호는 테러위험 등의 이유로 대외비로 분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