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길을 잃었을 때 주위에 노란화살표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임충만
우리의 인생에도 노란 화살표가 있다면?~
이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한 달 여가 넘는 기간 동안 800km를 걷기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노란 화살표'만 따라가면 되는 아주 쉬운 길이기도 하다. 단지 비행기로는 1, 2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오랜 시간 걸리는 길이다.
길을 걸으면서 인생에도 "노란 화살표가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한국 청소년들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라는 고민보다는 눈앞의 삶에 직면해 있다. 한 초등학생들에게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설문을 했을 때 1위가 건물주 2위가 공무원이라는 결과는 이런 점을 더 잘 보여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잘하는 게 무엇인지 한 번뿐인 삶에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보다 현재는 안정적이고 나 자신보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며 하고 싶은 것보다는 좋은 학교에 더 초점을 맞추고 때가 되면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취업을 준비하고 또 나이가 차면 결혼을 압박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 또한 별 다르지 않았다. 그저 말 잘 듣고 순응하는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보니 20살 법적 나이로 성인이라는 무거운 짐이 나를 억눌렀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떤 삶을 살고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데 대학 입학시험 '수능' 점수는 말이 아니었다.
그나마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어 음악에 관심은 있었으나 남자가 음악 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에 포기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피아노는 취미 생활로 즐기려고 했다. 돌이켜보니 주위에 음악 하는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았다. 혹여나 금전적으로 힘들게 살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20대라는 길을 걷다 막바지에 뒤돌아보니 하루하루 열심을 다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괜한 걱정으로 인해 낭비한 시간보다 그냥 부딪혀보고 그 길을 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되돌아왔을 텐데. 또 그 길을 갔다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 순례길처럼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참 많이 돌아왔다.
인생은 순례길과 비슷하면서 참 어렵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방향은 맞는지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아닌지 알려주지 않으니까 그리고 순례길은 천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이 걸어온 길이지만 내 인생이란 길은 내가 지금 처음으로 가는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