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경찰의 부검영장 재신청이 이뤄진 지난해 9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백남기대책위와 시민들이 시신 탈취를 막기 위해 영결식장 입구와 연결 통로 위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이희훈
500일 동안 달라진 게 없다퇴진촛불이 타오르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은폐하려고 했던 박근혜 정권의 추악한 모습들이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의 백선하 과장이 총대를 메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논란'을 만들고, 비선의료의 핵심인 서창석 원장은 수시로 청와대에 상황보고를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317일간 단 한번도 의식을 되찾기는 커녕 조금도 회복되지 못했지만 가족의 의사에 반하는 연명치료를 강요하고, 숨을 거둔 이후에도 사인논란으로 부검영장 발부의 빌미를 제공한 것 모두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가리기 위해 '정치의사'들이 저지른 일들이었다.
거기다 청와대 행정관은 백남기 농민의 사인 등과 관련한 '가짜여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수시로 친박단체들과 통화를 하며 '관제데모'를 조직했다는 의혹도 드러났다. 결국 그들이 숨기려 한 진실은 가려지지 않았고 겨울 내내 이어진 촛불의 힘으로 결국 그 나쁜 대통령은 파면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은 형사고발된 경찰 진압책임자 7명 중 누구 하나 기소하지 않았다. 아니 수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국가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정부측은 무성의한 대응으로 일관하며 재판 진행을 지연시키고 있다. 검찰의 직무유기에 특검도입을 추진했지만 특검법안은 국회에서 6개월째 잠들어 있다. 지난 500일 동안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2005년 두 농민이 시위진압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하며 공권력에 대한 의미 있는 언급을 하였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매우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책임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 2005년 12월 27일 대국민사과문 중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후에도 공권력 집행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물었던 경우가 거의 없었다. 책임을 묻기는커녕 철거민과 경찰특공대가 희생되었던 용산참사의 진압책임자였던 김석기가 지난 총선에 출마해 당당히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인'혐의로 검찰에 고발된(고발당시에는 살인미수) 진압책임자였던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아무 일 없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였고 경찰기동대 현장지휘관을 비롯해 살수차를 운용했던 경찰관들도 영전, 승진을 하여 아무런 문제 없이 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통제되고 무거운 책임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공권력이 법적 근거나 제대로 된 기준 없이, 견제장치도 없이, 잘못에 대한 처벌도 없이 남용된 결과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이다. 다시는 공권력에 의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 공권력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하고 응당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은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