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손을 살짝 쉬며 단잠을 즐기시다. 2001
최종규
그렇지만 박원순 님은 정치나 행정을 맡는 일로 바빠서 헌책방 나들이를 거의 못하시지 싶습니다. 서울시장을 맡은 뒤로는 <골목책방>에 책을 사러 찾아온 적이 아직 없다 하고, 서울시장을 맡기 앞서도 책방 아저씨나 아주머니(이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얼굴 보기 힘들다고 했어요.
그러고 보면 이 책방을 오랫동안 즐겁게 다닌 저도 전라남도 고흥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에는 한 해에 한 번 찾아가기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마흔 해 남짓 깃들던 자리에서 2015년 7월께에 옆자리로 옮기셨다고 하는데, 이 얘기를 얼마 앞서 들었고, 2013년을 끝으로 2017년에야 네 해 만에 찾아갈 수 있었어요.
골목에 깃들었기에 이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골목책방>입니다. 책방 아저씨는 "평생 해 온 일을 그만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놀 수도 없고, 이렇게라도 옮겨서 할 수 있으니 고맙지. 예전에 나랑 함께 책방 일을 하던 사람들은 벌써 다 갔어요(죽었어요). 이제는 나만 하나 남았어. 다들 갔지. 갔어. 나는 이제 다른 소원이 없어요. 이 책방을 하면서 아이들 다 가르쳤고, 시집 장가도 다 보냈으니, 이제 돈이 들어갈 데도 없어요. 책방 일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있는 거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