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 두유와 콩국물을 종종 혼동한다. 가끔씩 1리터짜리 콩국물을 턱 하니 계산대에 올려놓는 외국인들에게 "이거 두유 아닌 거 아느냐" 물어보면 그들은 깜짝 놀란다.
pixabay
여름에 외국인들이 또 하나 혼동하는 것이 바로 '두유'와 '콩국물'이다. 요즘은 콩국물도 1리터 짜리 종이팩에 들어 있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가끔 실수를 한다. 어느 날 역시 계산대에 콩국물 한 팩을 내려놓는 한 외국인 커플을 보고 잠깐 망설이다 혹시 이거 두유 아닌 거 아느냐고 물었더니? "왓?" 하며 놀란다.
이건 한국식 'Soy noodle'를 만들 때 넣는 일종의 'Soy stock'인데 여름에 먹으면 별미니까 이왕 가져온 거니 한 번 시도해 보라고 했더니 당황한 듯하면서 호기심을 보인다. 옆에서 가게 매니저도 어차피 두유나 콩국물이나 원료는 콩이라서 목 마를 때 설탕 넣어서 마셔도 상관 없다고 거들었더니 결심한 듯 계산을 한다.
인터넷에 레시피 많으니까 꼭 찾아서 만들어 보라고 얘기해 줬는데 두유를 사려다 얼떨결에 산 콩국물로 과연 무사히 콩국수를 만들어 먹었을까 궁금하다.
뜻밖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간식이 있다. 바로 '깨옥춘(원형의 박하사탕)'이다. 우리에겐 그저 달고 별 맛도 없으면서 1년에 몇 번 제사상에 장식용으로나 쓰는 이걸 외국인, 특히 중년 여성들이 꽤 좋아한다. 맛을 알고 사는 건 아닐 터여서, 한 번은 이걸 가져온 한 외국인 여성에게 왜 이걸 사려는지 물어 봤더니 '예뻐서'란다.
"한국에선 이걸 제사 같은 특별한 날에만 쓰는 거라서 평소엔 거의 안 먹어요. 그리고 사실 별 맛도 없을 거예요"라고 했더니 "상관 없어요. 아주 뷰티플해서 한 번 먹어 보려구요" 한다. 고급스럽게 포장한 고가의 한과들도 있지만 의외로 이런 서민적인 전통 과자들도 그들의 눈엔 알록달록 무척 예뻐보이나 보다. 깨옥춘이나 옥춘 같은 저렴한 제사용 한과들도 관광상품으로 가능성이 있는 걸까?
일본인들과 중국인들에게 필수인 한국산 김은 이제 서양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고소한 간식이란다. 바삭한 구이김을 밥도 없이 그냥 즐긴다는데, 한국에 1년 체류 예정이라는 두 명의 덴마크 아가씨들이 밝은 표정으로 김 몇 봉을 사길래 맛있느냐고 했더니 아주 좋아한다고 엄지척이다. 밥과 함께도 먹고 그냥도 먹는데 덴마크에서는 한국 김을 도저히 살 수가 없어 귀국할 땐 각자 한 박스씩 사갈 거라며 싱글벙글이다.
나도 낯선 외국에서 호기심에 맛 본 먹거리들 때문에 울고 웃은 일이 많다. 외국인들 역시 낯선 한국의 먹거리들 앞에서 갖가지 좌충우돌을 겪으며 한국을 알아간다.
얼마 전 비정상회담에 패널로 출연하신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정부 차원의 인위적인 한국음식 홍보가 불편하다고 하셨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맛과 그들이 좋아하는 맛 사이엔 어느 정도의 간극이 있다. 오래 전 한국의 자판기 커피에 꽂혀 서울 곳곳의 가장 맛있는 자판기들을 소개하는 한 영국인에 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요즘 젊은 외국인들은 날로 업그레이드되는 불닭볶음면 류의 매운 인스턴트 음식들, 그리고 알록달록 컬러풀해진 다양한 과일 맛 소주들에도 열광한다.
이제 여유를 갖고 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맛은 진정 무엇인지 찬찬히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할 듯하다. 고급스럽든 아니든 간에 그들이 한국에서 맛보고 겪는 모든 것이 결국 다양한 색깔의 한국의 맛이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그들이 좋아하는 맛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열쇠는 그들에게 달린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그들 덕분에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한국 컵라면을 보고 반가워할 수 있게 됐으니까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