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가장 큰 매력은 겨울을 깨고 나오는데 있습니다.
임현철
"금둔사,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같이 가보세." 언제 봄이 올까? 싶었는데 어느 새 봄입니다. 이내 또 언제 그랬냐 싶게 무더운 여름이겠지요. 아름다운 봄을 붙잡고픈 간절한 마음으로 순천 금전산 금둔사 일주문 앞에 섰습니다.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일주문을 경계로 확 바뀝니다. 일주문을 넘자 공중에 향기 가득합니다. 봄의 전령 매화향입니다.
금둔사 경내는 납월 홍매와 청매가 만개했습니다. 꽃과 향이 넘실거립니다. 물은 졸졸. 예가 무릉도원이지 했습니다. 옆에선 지인이 "무슨 향이 난다고 그러시나. 나만 매화 향을 못 맡나?" 하면서 매화꽃에 코를 들이밉니다. 감기 뒤끝이라 하지만 공기 중에 진동하는 매화 향을 못 맡다니 그게 더 재미납니다. 다 마음자리이거늘.
일행, 금둔사 부처님께 예를 올립니다. 스님 처소로 찾아듭니다. 스님에게로 가는 길. 엥! 웬 촌로 홍매화 활짝 핀 매화나무에 올라탔습니다. 신선인 줄 알았습니다. 홍매화에 올라 탄 모습에서 말 탄 기수가 방향을 틀 듯, 홍매화 꽃향기를 조절하는 신선처럼 읽혔기 때문입니다. 순간 아직 아닌데, 벌써 헛것이 보이나? 했습니다.
눈 비빈 후 다시 보았습니다. 홍매노인, 머리에 밀짚모자를 푹 눌러 썼습니다. 손에는 톱이 들려 있습니다. 가지치기 중입니다. 풍경은 한 떨기 동양화. 예가 바로 무릉도원입니다. 무릉도원 지기는 금둔사 주지 지허 스님입니다. 말 붙이면 무릉도원 꿈에서 깰까봐 한 호흡 미룹니다. 천천히 말을 건넵니다.
무자화두, "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