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물로 쳐둔 개 울타리. 일하다 보면 지쳐서 해머나 곡괭이같은 장비들을 내던져두기 일쑤다. 울타리는 방부목과 쥐똥나무, 그리고 그물 등으로 만들고 있다.
김창엽
시청에 일을 보러 다녀온 건 집 근처에 자영업 사무실을 내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번 역시 직원 한 사람도 두지 않는 나 홀로 자영업인데다, 그간의 주업이었던 농사를 손에서 놓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보면 프리랜서로서의 지난 9년 생활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논과 밭 산으로 둘러 쌓인 시골 마을에서 농사와 자영업을 겸한다는 게 어떤 모습일지 지금으로써는 상상이 잘 안 된다. 내가 사무실을 내려 하는 점포 바로 옆으로는 미용실, 세탁소, 피아노 교습소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그 곳 주인들과 과거 직장의 동료들처럼 지내게 되려나? 길 건너 농협분소 직원들과 가끔은 점심이나 같이 하게 될까?
사무실 개업 승인이 제때에 나는 게 지금으로서는 우선 바람이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자영업이 시골 생활에 일정 부분 변화를 가져올 것만은 확실하다. 삽이나 쇠스랑, 낫을 부여잡고 작물이나 땅과 대화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줄어들 듯 하다. 또 사무실 자영업은 친가, 처가, 외가 등 이른바 '3가'의 집사 일도 적당히 물리칠 수 있는 핑계거리가 될 것 같다.
프리랜서로 살아온 지난 9년은 '손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3가'의 자잘한 일들이 내 몫으로 떨어지곤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심부름 성 일들이며, 집안 공동의 일들 예를 들면 '3가'의 식구들이 먹을 된장이나 간장을 담그는데 어머니의 보조 일꾼으로 나서야 하는 건 항상 내 차지였다.
또 버리자니 아까운 그러나 평소 별로 쓸 일이 없는 도시에 사는 형제들의 너저분한 짐들의 창고 보관도 온전히 내가 해야 할 일들이었다. 물론 예의 직장 동료 없이 나 혼자서. 오매불망 노래해 온 시골에서의 '자유로운' 삶이, 내겐 없다고 간주해왔던 구속 혹은 속박의 동의어 같은 직장의 동료애를 일깨워 준 건 그러니 아이러니다.
사족이지만, 감히 조언컨대 직장을 갖고 있다면 점심 시간의 정을 만끽들 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회사에서의 점심일지라도 말이다. 혼밥혼술의 매력과 장점도 없지 않겠지만, 훗날 언젠가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소한 대화와 정들이 담긴시간이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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