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은사 공양간입니다. 비빔밥이 쌓였습니다.
임현철
공양간 밖, 사람들 바글바글합니다. 무슨 일일꼬? 장독대, 마루, 방 등에 꽉 찼습니다. 그냥 사람이 아닌 비빔밥을 들고 배를 채우는 사람들입니다. 살폈더니, 삼사순례단 공양이 준비된 겁니다. 덕분에 덤으로 더불어 함께 공양을 먹게 되었습니다. 공양간으로 들어갑니다. 식탁 위에 비빔밥이 2층으로 쌓여 비닐에 덮였습니다. 1차 순례단에 이어 2차 순례단이 먹을 공양이랍니다. 공양간 식탁에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오늘 이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잘 먹겠습니다."비빔밥 그릇을 들고 줄을 섭니다. 밥을 담고, 고추장을 얹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절간에선 고추장 없이 그냥 비벼 먹어야 맛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절집 음식은 양념을 빼야 맛있고, 속가에서는 더해야 맛있다"고 평하더군요. 동의합니다만, 저는 빼고 먹으면 너무 밋밋하대요. 사람들 틈을 피해 방으로 들어갑니다. 한산합니다. 절집 여닫이 방문 고리에 꽂힌 숟가락이 웃음 짓게 합니다. 이곳 벽에도 역시 공양게송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식당작법(食堂作法). 이는 부처님께 올린 공양을 대중이 함께 나눠 먹음으로 복을 짓는다는 의미의 의식이 발전한 겁니다. 요즘 식당작법은 절에서 대중이 공양할 때마다 행하는 게 아니라 영혼천도의례의 한 의식인 영산제를 행할 때 하는 공양의례입니다. 하지만 공양을 할 때마다 감사를 느끼며 먹는 마음은 지금껏 변함없습니다. 어느 농부의 땀이 진하게 묻어났을,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습니다.
지허 스님이 들려주는 천은사 선방 방장선원 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