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유유
한 사람 책이 한 군데 출판사에서만 나오며 100만 권이 팔리면 책마을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책마을에 도움이 될까요? 글쎄, 저는 고개를 가로젓겠습니다. 하루키이든 아무개이건, 한 사람 책이 100만 권이 팔리기보다는, 한국 작가 100사람 책이 100군데 출판사에서 나와, 저마다 1만 권 팔릴 수 있다면, 이리하여 '100 작가 100 출판사 1만 권'으로 100만 권이라는 숫자가 사람들 손에 간다면, 이때에 비로소 이 나라 책마을이 살아날 만하다고 말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었습니다. 집에서는 엄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그게 제 안에서 꼭 지키고 싶은 규칙이었어요. 설마 제가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 저에게 아이가 없었다면 그림책 서가에는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그림책 서가를 벗어난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읽을거리에 '그림'이 있는 책이란 이미지요 …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앞으로 5년, 10년 팔고자 한다면, 제가 100퍼센트 만족하는 책이어야 일이 괴롭지 않아요. (22, 27, 36쪽/야스나가 노리코)
니시야마 마사코 님이 쓴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유유,2017)이라는 책을 읽어 봅니다. 혼자서 일하거나 두세 사람이 일하는 자그마한 출판사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도쿄 한복판이 아니어도 즐겁게 작은 출판사를 열어서 씩씩하게 책길을 걷는 사람들 이야기가 흐르는 책입니다.
더 많은 책을 팔겠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아름다운 책을 엮고 펴내어, 이 아름다운 책을 책방 일꾼이 기쁘게 팔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흐릅니다. 더 잘 팔리는 책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한 번 펴냈으면 100년이나 200년쯤 판이 안 끊어지도록 읽히고 사랑받을 만하게 단단하고 알차며 아름다운 책을 짓겠다는 사람들 이야기가 이 책에 흘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