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시마가네다성
김수종
당시 백제의 유민들은 산꼭대기에 돌로 석루를 만들었고, 산 둘레를 따라 감싸듯이 성벽을 쌓았다. 남동쪽 기슭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면으로, 성벽에는 수문과 성문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의 중앙부에는 많은 건물터가 발굴되었으며, 병사들의 숙영지 등 중추기능을 하는 시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00년 넘도록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성이었던 이곳은 에도시대에, 쓰시마의 성인으로 칭송받는 '스야마 도츠안(陶山訥庵, 1657년~1732년, 유학자, 의사, 중농학자)'선생이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를 시작하여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러일전쟁 당시에는 산기슭을 개발하여 군사용 도로가 만들어졌고, 태평양전쟁 때 사용되었던 일본군 포대 터가 남아 있기도 하다. 현재는 일부를 등산로로 개방하여 이용하고 있다.
재미난 것은 이곳 성벽에 사용된 석재는 주로 석영반암과 사암 두 종류이다. 대부분은 석영반암을 사용하여 가공하지 않고 크게 부수어 쌓아 올렸다. 사암은 주로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했으며, 성벽 상부에 올려 가로의 결을 맞추는데 사용했다. 사실 쓰시마에 많지 않은 석영반암을 쌓아 올린 것이 특이한 점이다.
석벽은 대부분 붕괴되어 이제는 거의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아직 2.6KM정도가 남아서 흔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높이는 6M가 넘은 곳도 있어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들은 입구에 차를 주차하고는 천천히 등산로를 겸한 임도를 따라 올랐다. 좌우에 삼나무와 동백나무 등이 무척 좋은 곳이다.
산 중턱에 오르니, 바로 성의 흔적이 보인다. 정말 보기에 좋은 성의 모습이지만, 사실은 조망이 더 좋다. 방어용 성이라서 그런가 보다. 바다의 풍광이 마치 잔잔한 호수를 보는 듯하다.
이런 곳에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대비하여 숙영을 하던 백제부흥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성벽을 따라 바다를 보면서 크게 20분 정도를 걸어본다. 중간 중간에 성문의 흔적도 보이고, 건물터나 망루 터로 추정되는 곳도 보인다.
지금은 아무도 없고, 그저 옛 성터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별별 상상이 다 든다. 생각보다 높고 험한 구간도 있고, 그저 평탄한 구간도 있다. 위로 조금 더 올라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깊은 숲 속이라 어둑어둑하고 음침하여 하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