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르 가게들의 간판.식당, 안경점 등의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묘사되어 있다.
노시경
가게 간판들을 유심히 보면서 가게 안을 함께 들여다보면 현재 가게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들도 간판에 그려져 있다. 이는 가게와 가게 주인이 바뀌어도 역사성 짙은 옛 중세시대의 간판들은 그대로 보존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간판 중 간혹 보이는 별 모양의 간판은 중세시대에 술을 만들고 판매하던 맥주 양조업자의 술집이나 작은 숙박시설이 있었다는 뜻이고, 달 모양의 간판은 숙식을 할 수 있는 가게가 있었다는 뜻이다.
이 간판들의 문양과 엠블렘 같은 상징은 가게뿐만 아니라 콜마르의 역사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 천편일률적이고 개성 없이 글자 크기만 키우는 서울의 간판들과 너무나 비교가 된다. 콜마르의 하늘에 걸린 간판들을 보고 있으려니 서울도 거리를 가득 메운 간판들만 개성 있게 정비를 하면 한층 아름다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콜마르의 간판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앙시(Hansi)라는 삽화작가이다. 콜마르 출신의 앙시는 전통복장을 입은 알자스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자주 그렸는데, 그가 그린 알자스 사람들이 콜마르 구시가의 간판에 녹아 들어 있다. 구시가를 걸으면서 앙시의 귀엽고 향토색 넘치는 간판들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구시가 골목길을 샅샅이 돌며 앙시가 그린 간판을 꼭 찾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앙시가 그린 간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정말 무작정 앙시의 간판을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나는 나의 무모함을 깨달았다. 앙시의 작품 외에도 수많은 간판들이 콜마르의 골목길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콜마르의 한 가게에서 찍었던 앙시의 그림을 콜마르 주민으로 보이는 아저씨에게 보여주며 동시에 간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앙시의 풍속화가 그려진 간판이 어디에 걸려 있나요? 분명히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아! 앙시. 이 골목길을 돌아가면 바로 오른편 가게 위에 앙시의 그림이 걸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