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광현문> 중국책
출처: 바이두
'증광현문'에는 "집에서는 부모를 의지하지만, 사회에서는 친구를 의지해야 한다( 在家靠父母出門靠朋友)"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사람은 주변에 있는 이웃 중에서 필요할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찾습니다.
중국사람이 찾고 있는 친구는 내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도 당연히 내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가지지 못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서로가 생각할 때 친구가 될 수 있고, 시간이 흘러서 꽌시 관계가 됩니다.
내가 상대방을 도와줄 능력이 없을 때는 어떤 방법으로도 내가 필요한 능력을 가진 상대방과 꽌시를 맺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친구도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사람이 생각하는 능력에는 경제적인 금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은 경제력도 능력이라 생각하고 금전 능력으로 중국사람과 친구가 되려 하고, 더 나아가 꽌시를 맺으려 하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내가 가진 능력이 별로라고 여기면, 아무리 자주 만나 술을 먹더라도 그냥 술을 같이 먹는 사람일 뿐입니다.
중국에서 꽌시 관계인 사람끼리는 어떤 일을 도와주더라도 절대로 금전적인 대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꽌시 관계인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고 그래서 내가 고맙다고 금전으로 보상하려고 한다면, 상대방은 오히려 화를 낼 뿐만 아니라, 이렇게 되면 서로의 꽌시 관계는 막 바로 끝납니다.
만약 어떤 도움의 반대급부로 내가 금전을 주었다면, 그건 꽌시나 친구 관계가 아니라 상대방이 가진 능력이라는 상품을 구매한 것입니다. 당연히 일회성 거래이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영수증을 주고받지 않기에 사후서비스도 없습니다.
왜 중국사람이 꽌시 친구 사이일 때 서로 대가 없이 도움을 주고받는지는 마지막 부분에서 알아보겠습니다.
밥그릇 수가 중요합니다한국에서 '밥그릇'이란 단어는 보통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 사용합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기보다 어린 사람과 대화 중에 논리에서 밀리면, '내가 너보다 더 먹은 밥그릇 수가 얼만데'라며 나이라는 권위를 내세웁니다. 또 상대방이 내 능력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내가 이 바닥 밥그릇 수가 얼만데'라며 자신이 경험이 많다는 걸 강조합니다.
중국에서 말하는 '밥그릇 수'는 내가 먹은 '밥그릇 수'가 많은지 적은지가 아니라, 내가 상대방과 같이 먹은 '밥그릇 수'가 얼마나 많은지 입니다.
세상 어느 나라 누구에게나 '밥'은 중요합니다.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요? 그런데 중국에서 '밥'은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는다는 의미 외에, 형제처럼 서로 믿고 같이 힘을 합쳐 살아간다는 의미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