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이 되는 방을 놔 두고거실에서 자는 윌슨
고기복
홈리스라는 말 이제는 더는 하지 않아도 된다작년 가을에는 딸아이들을 내놓으라고 엉뚱한 파출소에서 난리를 피우기도 했었다. 파출소는 쉼터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었는데, 왜 그곳까지 갔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밤 9시 넘은 시간에 술에 취해 딸아이들 이름을 대며 불러오라고 생떼를 부렸다는 사실이다. 경찰들은 운동복을 입은 건장한 체격의 흑인이 술에 취해 누군가의 이름을 대며 무턱대고 찾아오라는 말에 난감해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시골 파출소에서 일어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 일로 다신 쉼터에서 술 마시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야 했다. 그랬던 그가 쉼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어렵게 마음을 다잡았다. 딸아이들을 만나겠다는 의지로 술을 끊었다. 그는 반드시 아이들을 만날 거라며 술을 끊고 일을 시작했다. 콘크리트 벽돌 공장에서 시멘트를 섞는 일이었다.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아홉 시까지 휴일에도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일은 고됐다. 그래도 언젠가 귀국하면 벽돌 공장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거라는 생각에 기술을 배우기로 했다.
미국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했던 윌슨은 고향에 있을 때도 육체노동을 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개발 붐이 일고 있는 고국에서 건설에 꼭 필요한 벽돌 제작 방법을 배워둔다면 소규모라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일하던 그에게 재판을 도와주겠다는 변호사가 나타났다. 재판은 순조롭게 끝났다. 법원은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면접교섭권을 허락했다.
"격주 토요일 정오부터 일요일 다섯 시까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아이들은 지금 부산에 있다. 하지만 정확히 아이들이 부산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른다. 이혼한 아내는 변호사를 통해 만남 장소를 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사와 이혼 통보로 아이들을 못 본 지 2년도 더 된 윌슨은 이미 세상을 다 얻은 듯하다. 아이들이 얼마나 컸는지 벌써 마음은 부산에 가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부산으로 이사해야 해요? 공장에서 일하면서 왔다 갔다 하면 사장님이 허락할까요? 아이들 만날 수 없다면 회사 그만둘 거예요. 그래도 기술은 꼭 배워 두고 싶어요. 어떡하죠?"윌슨은 사장이 허락하면 격주로 내려가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부산으로 이사해야 할지, 격주로 부산에 가는 길을 택할지 윌슨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제 그는 이제 홈리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