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이 학교 측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하며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현재 이 공고는 누리집에서 내려간 상태다.
대학신문 누리집 갈무리
학생들은 초기부터 시흥캠퍼스 추진에 반발했고, 학교는 이러한 요구에 대응해 '대화협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학교와 학생이 시흥캠퍼스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기구였습니다.
그러나 2014년 7월, 신임 성낙인 총장이 부임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성낙인 총장은 한 달에 최소 한 번의 회의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는 대화협의회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2014년 9월에 한 번, 그리고 8개월 뒤에 한 번, 다시 1년 뒤에 한 번에야 회의를 열었죠. 기구의 기능이 사실상 사라져버렸습니다.
특히 성낙인 총장은, 학교와 시흥시가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실시협약'을 체결하기 전, 대화협의회를 통해 반드시 학생들과 미리 이야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약속은 파기됐습니다. 학생들은 실시협약 체결 30분 전 메일 한 통으로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항의방문을 간 학생들은 청원경찰에 의해 쫓겨났습니다. 이후 성낙인 총장은 "신뢰의 서울대학교를 약속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시흥시와의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며, 학생들과의 약속 파기에는 '유감'을 표한다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결국 시흥캠퍼스는 단순히 대학 확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대학의 기업화와, 돈을 따라가는 대학, 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권위주의가 정점에 모여 있는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학생들은 지난해 10월 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었습니다. 학생사회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서울대학교 학생 10분의 1이 광장에 모이면 성립되는 기구입니다. 2000여명이 넘는 학생이 모여 총회가 성사되었고, 학생들은 직접 투표를 통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전면 철회"를 학교 측에 요구했습니다.
같은 회의에서, 학생들은 이 요구안의 관철을 위한 투쟁 방안 역시 채택했습니다. 본부의 점거였습니다. 학생들은 그 즉시 본부를 점거했고, 지난 3월 11일까지 농성을 계속했습니다(관련기사 :
'이화여대'만 문제? '서울대'도 문제입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점거한 총장실에서는, 시흥캠퍼스를 반대하는 학생들을 사찰하는 문건이 발견됐습니다. 성낙인 총장은 이 사실을 부인하다가, 문건을 보여주자 그제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학교가 다시 한 번 약속을 파기하려 한 정황 역시 밝혀졌습니다. 본부에서 밝혀진 메모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RC를 강제 추진하려 논의한 바가 있었습니다. 학교 측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느냐"고 반발했지만, 학생들과의 약속 파기가 '논의의 대상'이 되는 상황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성낙인 총장의 부정임명 논란도 일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증거 중 하나였던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에서 "서울대학교 총장 逆任(역임)"이라는 글자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성낙인 총장은 임명 당시, 총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중 2위였습니다. 그러나 이사회는 1위 후보를 제치고 성낙인 총장을 선택했죠. 여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입니다. 서울대학교 이사회에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교육부 차관이 당연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성낙인 총장 측은 해당 메모가 '逆任(역임)'이 아니라 '選任(선임)'이라고 주장했지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이미 법인화되었기에, 청와대 측은 서울대학교의 총장 선임 논의에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성낙인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이던 시절 영남대학교에 근무했다는 점, 1위 후보가 현재 야당 의원이 되어 있는 오세정 교수였다는 점은 이 의혹을 증폭시킵니다.
시흥캠퍼스에서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려고 했다는 의혹 역시 있었습니다. 교육 계획은 제대로 세워놓지 못한 학교가, 호텔, 키즈카페, 고소득 노인 대상 실버타운 등 각종 수익사업을 캠퍼스에서 벌이려 했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입니다. 시흥캠퍼스가 돈을 위해 만들어진 캠퍼스라는 증거가 나온 셈입니다.
그 사이 서울대학교는 비학생조교 33명을 일시 해고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하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가 정규직화를 약속했지만, 이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2월 28일자의 계약 만료 기간을 넘겨버린 것이죠.
비학생조교들은 임시계약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고, 교섭 완료시까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직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 어린이집 이용 등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비학생조교들은 점거된 본부 대신 사용하고 있던 우정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죠. 기업이 되어가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실시협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서울대학교의 입주를 기정사실화해 투기 붐을 일으킨 것은 건설사였습니다. 실시협약 파기시, 배상의 책임은 학교보다는 건설사에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농성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 29명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고, 본부에 출입하는 것만으로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캠퍼스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점거하고 있는 본부의 전기와 수도, 난방을 끊었습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본부 점거가 위험하다고 주장했으며, 학생사회의 '새내기새로배움터 (새터)' 사업을 탄압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월 11일, 직원들의 폭력적인 본부 침탈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같이 본부를 찾아온 직원들은 1층과 4층에는 출입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학생들이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하자 1층으로 무력 진입했습니다. 문을 지키기 위해 설치한 쇠사슬을 그라인더를 통해 자르고 침입했습니다. 학생들이 손으로 막고 있는 문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라인더를 대는 그들이었습니다.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쫓아낸 학교학교 직원들과 청원경찰은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쫓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학생들이 다쳤고, 두 명의 학생은 기절해 구급차를 통해 병원에 후송됐습니다. 4층에 고립된 12명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들이 본부에서 쫓겨났습니다. 4층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식료품 전달조차 허락되지 않아 학내언론 기자들이 나서 식료품을 전달해주어야 했습니다. 12명 학생들은 사실상 감금됐습니다.
이후 학생들이 반발하자, 학교 측은 소화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물대포를 직사 살수했습니다.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사용한 소화기의 분말을 정리하기 위해 청소를 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학생들이 물대포를 맞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도 '청소'를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상황으로 봤을 때 설득력이 없는 주장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화전을 이용한 것은 명백한 폭력 행위이며, 애초에 소방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그 사이, 서울대학교 학내 언론인 <대학신문>은 3월 13일자 1면을 백지로 발행했습니다. 학교 측이 학생기자의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학교 측은 <대학신문>에 본부점거 관련 기사를 줄이고, 개교 70주년 관련 기사를 늘리라고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학교 간부의 메모는 본부점거본부 측에서 공개했습니다.
학생들은 4월 4일, 다시 한 번의 학생총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생사회는 성낙인 총장의 사퇴와 책임자 처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천막농성과 학내 집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돈을 쫓아 기업화되는 대학, 사라져가는 민주주의, 권력의 인사개입, 언론에 대한 탄압, 물대포. 작금의 서울대학교 사태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축소판입니다. 그리고 시흥캠퍼스는 아마, 이 현실을 그대로 농축한 시대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성낙인 총장은 지난 3월 2일, 입학식에서 "남의 의견을 경청할 줄 모르는 리더는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김기춘, 우병우, 이재용, 조윤선 등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한 자성의 목소리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들만큼이나 부끄러운, '모든 이를 불행하게 하는 리더'가 있습니다. 성낙인 총장 본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이 부끄러운 시대의 표상이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이 치졸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리더, 대학 기업화와 권위주의의 선봉에 서 있는 성낙인 총장의 사퇴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광장에서 본부로, 본부에서 다시 광장으로. 징계 협박에도, 물대포에도, 폭력에도,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기업화와 권위주의를, 최전선에서 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대가 승리를 자축하던 밤을 지나, 서울대학교는 다시 아침을 맞았습니다. 서울대학교의 봄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더 많은 승리가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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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물대포 직사, '청소일 뿐'이란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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