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4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방송통신대학 앞에서 열린 '지옥의불반도 헬조선을 뒤집는 청년총궐기대회' 대회에 참석한 청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조혜지
혹자는 주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시스템이 있다고... 물론 시스템은 있다. 아주 '교묘하게 비틀어 놓은 시스템'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를 표방하면서도 검찰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검찰에게 기소독점권을 준 결과 조금이라도 법조계와 친분이 있는 특권층과 검은 돈은 법망을 잘도 빠져 나가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서 법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더 가혹하고 더 억울한 일을 더 많이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선진국의 검찰총장은 국민의 선거로 뽑으며 기소권한은 검찰과 경찰, 배심원단, 고위공직자수사처 등 다양한 정부기관에 주어져 있기에 상호 감시와 견제가 가능하다.
'교묘하게 비틀어 놓은 시스템'은 다리 1개를 고정시키지 않은 의자와 같다. 의자의 다른 고정된 다리들과 상판 전체가 빠져나갈 수 있는 1개 다리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신청 절차를 아주 복잡하게 만든다거나 관련된 정보의 관리와 통제를 특정기관이 쥐고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결국 고정되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1개의 다리(특권층, 기득권층)가 의자 전체를 지배하거나, 부실한 1개의 다리 때문에 의자 전체의 기능이 사라지는 원리가 된다. 과거 독재정권시절 제정된 헌법을 잘 들여다보면 부실하거나 흔들어댈 수 있는 다리들이 보인다. 결국 '헬조선'은 영혼 없는 고위 관료들이 알면서도 고정시키지 않은 다리들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1명에게 특권을 주면 그 피해는 소수의 주변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연쇄작용을 거쳐 수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기까지 실로 어마어마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통제받지 않는 1마리의 미꾸라지는 호수전체의 물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시스템을 교묘하게 비틀어 놓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모든 사람에게 '정당한' 비판의 자유를 주면 된다. 권력자 그 누구라도 정당한 비판에 대해 사후에 보복하거나 응징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된다.
솔직히 말해보자. 우리나라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두루뭉수리하게 되어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구체적인 언어와 방식으로 비판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차이가 보이지 않는가?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에 폐지된 행정고시 제도시스템은 집단지성이 만든 힘이다. 선진국들이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거쳐서 돌고 돌아 만든 것이 바로 '시스템 지배 국가'이다. 공공업무에 종사하는 필자가 그동안 여러 경로로 들어 온 외국의 좋은 제도와 사례들은 실로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우리나라에 당장 외국의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사유로 부족한 예산과 인력 또는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의 여러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필자 생각으로는 '꼰대들의 불편한 심기'가 그 바탕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행정고시 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폐지되었고 심지어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고급 행정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턴으로 출발하여 경쟁에서 이기고 능력을 인정받아 자기분야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 된다. 행정인턴 과정에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적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다른 직종의 인턴사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어떠한 직종이라도 신입 인턴을 선발할 때는 다양한 경험자를 우대하여 우선적으로 뽑기 때문이다.
고시 수험생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수년간 법전을 공부하여도 시험에서 낙방하면 그동안 공부한 시간과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해버리는, 우리나라의 무식한(?) 시스템과는 국가경쟁력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돼서 자기가 고용한 직원을 해고시킬 때 간단하게 구청 복지과에 해고시킨 사람의 성명, 주소 등 인적사항을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구청은 바로 실업가족 구제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나라도 있고, 의회가 시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예산을 주지 않으면 시청의 어느 부서라도 직원 전체가 보따리를 싸야 되는 나라들도 분명 지금 이 지구상에 선진국이라는 이름으로 안정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결국 '헬조선'을 탈출하는 방법은 외국으로 떠나는 '이민배'에 올라탈 것이 아니고 '꼰대'가 지배하는 나라를 종식시키고 '투명한 시스템'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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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탈출은 이민이 답? '시스템' 개편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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