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정자는 개인 주택 소유 땅에 들어서 있다.
심규상
금산군(군수 박동철)이 공금으로 개인 집 마당에 정자를 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황당한 혈세 지원에 공무원 결탁 의혹이 일고 있다.
충남 금산군 금산읍 외곽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농로.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외딴집 한 채가 나왔다. 목조주택 앞 넓은 마당엔 정원수와 잔디가 조성돼 있다. 정원 한편에 사각 정자까지 갖췄다. 농로와 마당 경계에는 담장 경계석과 정원수를 심었다. 누가봐도 잘 꾸며진 전원주택 풍이다. 집 입구엔 잘 짖는 백구가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 집 정원에 서 있는 정자를 짓는 비용을 전액 금산군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산읍사무소를 찾아 관련 서류를 확인해 보니 예산은 2014년 7월 지원됐다. 정자( 높이 3.5m)에는 '주민 숙원 사업비' 명목으로 654만 원이 투여됐다. 사업은 다른 마을에 지은 정자와 함께 조달청에 사업자 선정을 의뢰해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관련 서류 어디에서도 개인 집 마당에 정자를 지어준 이유가 들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정자를 세우려 하는 대상지마저 'OO리'로 마을 이름만 써 놓았다. 정자를 어느 곳에 세우려 하는지, 어느 곳에 세웠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상지(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았다. 관련 공무원이 부당한 예산 지원 내용을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한다. 확인 결과 정자가 지어진 땅은 집주인과 동일인 소유였다.
금산읍 사무소 관계자는 "'주민 숙원사업비'는 마을 앞길 포장 등 주민 질 향상을 위한 편익시설에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록이 없어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어떤 이유로 개인 집 정원에 정자를 지어줬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공금유용... 공무원 결탁 여부, 유사 사례 없는지 전수 조사해야"당시 금산읍장은 정년퇴임을 했고, 당시 실무를 맡았던 A팀장은 군청의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A팀장은 "인근 농경지에서 일하는 농민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다고 건의해 도로변과 가까운 지금의 위치에 농민 쉼터용으로 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농사일하다 중간중간 햇볕과 땀을 식힐 '농민 쉼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관련 서류에는 어떤 주민들이 쉼터를 지어 달라고 했는지를 알 수 있는 건의문 등 관련 근거 서류가 전혀 없었다. 또 주민들은 금산군의 '농민 편의시설'이라는 해명과는 달리 "집 주인이 개인 시설로만 사용돼 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