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고 정직한 먹거리를 검증한다"는 먹거리X파일.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재료우선주의'야 말로 한국 식문화를 망치는 대표적 문제다.
먹거리X파일 홈페이지 캡처
지금 대왕 카스텔라의 맛이 뛰어나다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대왕 카스텔라는 맛이 없다. 그 유행과 냄새에 이끌려 사면 소위 '현타'(현자타임, 욕구 충족 후 찾아오는 허무하고 부질없는 감정)가 오는 맛이긴 하다. 문제는 <먹거리 X파일>이 완전히 잘못된 포인트로 이 식품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폭발적으로 대왕 카스텔라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는지, 그에 불나방처럼 달려든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한국에선 왜 이런 아이템이 유행하고 사그라지는 것인지, 왜 그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는지가 문제다. 그런데 뜬금없이 재료를 문제 삼는다. 이 '재료 우선주의'야 말로 한국 식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문제다.
그동안 <먹거리 X파일>이 논란을 일으킨 대표적인 주제, '반 MSG ', '홈메이드 추앙', '재료 우선주의'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먹거리 X파일>은 선정적일 뿐 아니라 음식을 다루면서 음식에 무지한 대표 프로그램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식문화 토양을 더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다.
'다 좋은데 MSG를 사용해서 안타깝게 착한 식당에서 탈락'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MSG를 사용하지 않고 맛있으면서 대중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래도 MSG를 적절히 사용한 맛있는 음식이 MSG를 넣지 않은 맛없는 음식보다 언제나 낫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MSG가 신체에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충분히 나왔으며 정설이다. 많은 양을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긴다. 어떤 것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그래도 대중은 끊임없이 MSG가 유해한 악의 축인 양 맹목적으로 믿고 있으며 <먹거리 X파일> 같은 프로그램이 이런 여론을 부추긴다.
<먹거리 X파일>을 보며 가장 실소를 금치 못했던 순간은 '착한 피자집'을 찾는다며 돌아다니다 한 피자집에서 유기농 재료, 자연 치즈 등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수입된 '캔 토마토'를 소스로 사용했기 때문에 안타깝게 '착한 피자'에서는 탈락했다고 한 에피소드에서였다.
우리나라 토마토는 요리용이 아니다. 채소, 즉 요리에 중점을 두지 않고 생으로 과일처럼 먹는 종자 위주로만 개발해 신맛과 감칠맛이 떨어져 그걸로 무슨 요리를 해도 맛이 없고 맹탕이다. 그러니까 세계 일류의 미슐랭 백억 개를 받은 셰프더라도, 한국 토마토를 가지고서는 맛대가리 없는 토마토소스밖에 못 만든다는 소리다. 그래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도 토마토소스만은 수입캔을 사용한다. 이 에피소드는 <먹거리 X파일>이 정말로 무지할 뿐 아니라, 맛에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음식에서 맛은 아예 지워버린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이렇게 맛은 완전히 지워버린 채 그럼 무엇을 찾느냐? MSG로 왈가왈부하는 것을 보면 건강도 아닌 것 같다. 그들이 추앙하는 것 중의 하나가 '좋은 재료'다. 이 재료 우선주의는 한국 식문화를 병들게 한다. 다들 '요리된 음식'을 즐기는 게 아니라 재료를 쫓아다닌다. 숙성시키지 않아 질긴 맛만 있는 '살아있는 생선을 갓 뜬 회'를 좋다 하고, 월급을 받으면 '최고급 마블링 한우'를 먹는다. X파일이 그렇게나 좋아할, '최고급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사용했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못 만든 빵은 얼마나 많은가.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우르르 몰리는 이상한 미신과도 같은 약선사상, 맛없는 홈메이드더라도 '국산 재료로 만든 홈메이드'라면 무조건 좋게 보는 홈메이드 추앙, 요리를 하는 기술자의 존재는 지워버린 채 재료만 바라보는 재료 우선주의는 우리나라를 얼마나 맛없게 만드는가. 이런 풍토에서 얇은 지갑을 노리는, 우르르 생겼다 사라지는 괴이한 유행들과 그 피해자들은 어쩔 것인가. 한국의 미식 수준에서부터 얇은 지갑과 가성비의 세계와 명예 퇴직자들을 빨아 먹고 커지는 프랜차이즈와 부동산, 젠트리피케이션 등등...
사실 대왕 카스텔라 하나에 너무 많은 문제가 얽혀 있어서 무엇부터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먹거리 X파일>은 음식에서 맛도, 먹는 이도, 만드는 이의 존재도 모두 지워버린다. 그리고 이 난장판의 폐허 위에는 오로지 논란만, 악다구니 같은 선정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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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유 카스텔라? '무지함'만 드러낸 먹거리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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