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박사모 등 친박단체가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제1차 국민저항운동 태극기 집회'가 열린 뒤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나 태극기 집회 갔다 왔다. 웃기지 마. 박정희 대통령이 밥 먹고 살게 해 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네가 그 시대에 살아보기나 했어? 살아 보지도 않은 것들이 까불어."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대다수 60대 이상 국민들의 논리가 이 정도 수준과 대동소이할 것이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스페셜> '사건번호 2016헌나1'에 출연한 74세 라종임씨의 논리가 딱 그랬다.
그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혐의에 대해서도 "친구를 믿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라고 두둔하고 있었다. 자발적으로 태극기 집회도 참석했었다는 그는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자식들과는 정치적으로 완전히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 동안을 못 참아서 탄핵을 해야 하나"거나 "전직 대통령들도 다 그렇게 빼 먹었는데"라며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의 논리는 단순했다.
"나는 내가 세월을 겪어 왔잖아요. 걔네들은 이론으로 알지만 나는 현실을 겪어 왔잖아. 그러니까 내가 이기려고 하지, 그게 아니다."압권은 라종임씨와 동년배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터져 나왔다. 가장 강력한 한 방, 60대 이상 박근혜를 지지하는 국민들에게서 자주 들을 수 있는 그 논리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었다.
"박근혜가 그렇게 불쌍할 수가 없어, 나는.""불쌍해. 남편이 있나 부모가 있나 어디 의지할 데가 없으니까. 그걸 이용한 최순실이가 나쁜 거지."무엇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대통령인 '피의자' 박근혜씨를 이다지도 오랫동안 불쌍하게 만드는가.
누가 박근혜를 불쌍하다 하는가 지난 10일 오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박사모와 친박 단체 회원들의 격렬한 폭력 시위가 훑고 지나간 안국역 사거리 앞. 현장에서 마주친 시위 참가자 중 침통하다 못해 나라 잃은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고, 적지 않은 이들이 "빨갱이들이 나라를 망쳤다"거나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외치며 자리를 뜨지 못했고, 또 많은 이들은 '새누리당' 입당 원서를 자필로 적고 있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파면된 후 3일간 '드라마틱'하고도 비극적인 사건들이 전개됐다. 친박 단체의 시위로 3명의 목숨이 비명횡사하는 와중에 친박 집회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 '불금', '탄(핵)금요일' 집회에 이어 11일에 20차 촛불집회가 축제분위기에서 성황리에 이뤄졌다. 그리고 12일 저녁, 삼성동 자택으로 향한 박근혜씨는 자신의 지지자들과 친박 의원들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 현장을 온 국민이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