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의 희망> 구로야나기 데쓰코 지음, 서혜영 옮김, 작가정신 출판
작가정신
구로야나기 데쓰코가 전 세계를 돌며 만난 아이들의 모습 속에는 상처가 가득하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눈앞에서 학살당한 아이, 게릴라에 팔과 다리를 잘린 아이, 부모가 사라져서 어린 동생과 함께 남겨진 여자아이, 친구처럼 지냈던 염소가 굶어 죽어 망연자실한 남자아이, 집도 학교도 모두 부서져버린 아이, 난민 캠프롤 전전해야 하는 아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파는 아이 등.
어느 아이 하나 상처 없는 아이가 없고, 슬픈 사연을 간직하지 않은 아이가 없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울었던 구로야나기 데쓰코는 아이들이 모두 예뻤다고 말한다. 웃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아이를 업어주는 여자아이, 물구나무서기를 보여준 남자아이, 함께 노래한 아이, 자신의 뒤를 계속 따라온 아이.
구로야나기 데쓰코는 눈물 속에서도 희망을 읽어낸다. 그래서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불쌍하다'고,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옆에 있는 친구와 '함께 해나가자'라고 얘기하라고 한다. 손을 잡으라고 한다. '함께 하라'고, '친구가 되라'고 말하는 구로야나기 데쓰코의 관점은 인도적 지원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진 현실을 사는 아이들을 그저 불쌍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로만 보는 것은 쉽다. 그 아픔을 진정으로 함께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함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다.
하늘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질 힘을 주었다
내전으로 곳곳이 지뢰밭인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하는 것은 지뢰 구분법이다. 전국에 묻혀 있는 지뢰가 1000만 개요, 희생자가 매주 100명씩 나오는 현실에서 아이들은 어디든 안심하고 뛰어다닐 수 없다. 어른들은 그런 상황에서 금세 절망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고 구로야나기 데쓰코는 말한다. 하늘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질 힘을 주었다고.
"아프가니스탄의 캠프에서도, 옆 나라인 파키스탄 난민 캠프에서도, 어른들은 남편이나 아내를 내전으로 모두 잃고 물도 먹을 것도 없다고 나에게 호소하며 '희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하늘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질 힘을 준 게 분명합니다. 이 아이들을 만나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러분은 분명 이렇게 기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94p.누가 이런 희망을 대책 없는 긍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희망, 꿈이라도 없으면 아이들은 살아갈 용기를 어디서 얻으란 말인가? 구로야나기 데쓰코는 희망을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세상을 향한 간절한 부탁이다.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염원이기도 하다.
"지금 소말리아의 현실에서는 나 역시 언제든지 납치되어 몸값을 요구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말리아에도 아이들이 있고, 어머니가 있고,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에 어서 빨리 평화와 희망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123p.구로야나기 데쓰코가 돌아본 세상은 위험천만하다. 곳곳에 총성이 끊이지 않고, 지뢰가 있고, 납치될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 위험을 마다하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어지간한 확신과 헌신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