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떠받치는 위대한 사람들.조각상의 세 사람은 정의, 애국, 노동을 표현하고 있다.
노시경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박물관 마당 중앙에서 구를 떠받치고 있는 청동조각상이 시선을 잡아 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 작품도 바르톨디가 남긴 멋진 조각 작품이다. 파리의 살롱에 전시되어 있던 이 작품의 제목은 '지구를 떠받치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지구를 받들고 있는 세 사람의 조각상은 각각 저울, 칼과 방패, 망치를 가지고 있는데, 정의, 애국, 노동을 삼위일체로 표현하고 있다. 바르톨디 마음 속의 사상과 영혼을 한껏 머금은 훌륭한 작품이다.
나는 바르톨디 박물관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작품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기 위해 노력했다. 박물관 내부뿐만 아니라 박물관 건물에도 바르톨디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는 르네상스 양식의 정문도 19세기 후반에 바르톨디가 직접 디자인한 구상작품이다.
박물관 정문의 기둥 위를 자세히 보면 3마리의 동물이 장식되어 있는데, 가운데 조각상은 양(羊)의 모습을 한 사람으로, 사람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두 동물은 사자의 모습을 한 천사로 표현되어 있다. 고개를 중앙으로 돌린 사자의 호위를 받으며 양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문 위에 걸터앉은 모습이 여행자를 웃음짓게 한다.
나는 박물관 데스크에서 입장권을 사면서 박물관 직원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다.
"바르톨디 작품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바르톨디의 명작 목록 같은 것이 있나요? 자유의 여신상은 알아요.""여기 있어요. 이게 바르톨디의 명작을 간단하게 정리한 인쇄물이에요. 바르톨디 박물관뿐만 아니라 콜마르 시내에 있는 바르톨디의 작품들도 정리되어 있어요. 그런데 우리 박물관이 점심시간에는 문을 닫았다가 오후에 다시 문을 연답니다. 점심 시간 전에 박물관 내부를 모두 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꽤 큰 박물관인데 직원들 점심을 위해 점심시간에는 잠시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우선 고려하는 참으로 프랑스다운 박물관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시간상으로는 오전시간에도 박물관 내부는 모두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직원은 한 작품 한 작품 차분히 감상하는 그들의 작품 감상시간을 기준으로 나에게 시간이 부족할지 모른다고 한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나는 일부러 천천히 작품 감상을 시작했다.
나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서 나무 난간의 계단을 올라갔다. 박물관 내부는 그라운드 층을 포함하여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박물관 내부에는 19세기의 대표적인 구상 조각가 바르톨디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작품들은 파리의 바르톨디 아틀리에에 있던 자유의 여신상 스케치와 조각상, 건축물 설계도, 그림, 판화 등이다.
모두 그가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남긴 유품들이다. 바르톨디가 죽은 후 그의 미망인이 1907년 이 저택을 콜마르 시에 기증하게 되었는데 바르톨디의 유작을 일반에게 공개해 달라고 유언하면서 일반인들도 그의 훌륭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