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희 대전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최숙희
최숙희 활동가는 단체 활동가로서 어려운 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단체 일을 하다 보면 서류를 제출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대전여연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할 때 한 번 쓱 훑어보는 사람이 있어요. 니가 뭘 알겠냐는 눈으로 쳐다면서요. 그런 때 화가 나요."여성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성단체 활동가라고 비켜나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 그 안에서 힘을 얻지만, 여전히 견고한 성차별적인 시스템 때문에 맥 빠질 때가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녀가 들려준 노동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은 성희롱에 대한 거다. 대학입학에서 졸업할 때까지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그녀. 노동자로서의 경험을 일찍 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시계 판매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같이 일했던 직원이 친절하고 애교 있게 일하길 바라더라고요. 나는 일하러 왔으니까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여성을 분위기 메이커, 혹은 사무실의 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또 이런 일도 있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였는데, 사장님이 유니폼을 주시면서 '조그매서 허리 안으면 쏙 들어오겠네' 그러시는 거예요. 얼굴이 화끈거렸죠."그녀가 경험한 성희롱에 대한 기억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성희롱에 시달린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당시엔 성희롱인지 잘 몰랐다는 그녀가 대전여연에서 일하면서 성희롱에 대한 감수성이 생겼고, 내면의 힘을 키웠다고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상처를 받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어루만지며 힘이 생길 때까지 말없이 기달리는 선배들을 보며,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생각했어요."차별을 경험해 밟으면 삐걱대는 오래된 마루 널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최 활동가. 친구들은 박봉을 받고 일하는 최씨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지만 여성운동의 가치만큼은 알아준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작년에 고령화 대비를 위한 지역의제 발굴 행동을 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오시더니 '어제 라디오 듣고 왔다. 이런 거 열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정말 마음에서 울컥하고 뜨거운 게 올라오더라고요,"박근혜 퇴진 운동본부 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사랑 또한 잊을 수 없다. 초코렛이나 빵을 주며 "힘내라고" 이야기 해 준 중년 여성들. 초 살 돈을 마련하려고 모금함을 들고 집회 현장을 도는 최 활동가를 보고, 다시 되돌아 와 말없이 모금함에 지폐를 넣고 돌아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일 시민들.
이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최씨를 여성운동이란 화살표를 가리키게 만들지 않았을까.
문득 최씨 책상 위로 눈길이 갔다.
"누군가요?" 라는 질문에 "남자친구예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얗게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남자 친구는 현재 군 복무 중이다. 이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이자 평생 만날 친구라고 피앙새를 소개하는 그녀가 어떻게 남자 친구와 나란히 남은 삶을 꾸려갈지 궁금했다.
"여성운동가 최숙희의 남편 000입니다."멋지지 않은가.
▲3.8 세계여성의 날은?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단체연합은요 |
대전지역의 진보 여성단체를 아우르는 연합체다. 창립일은 2012년 3월8일. 현재 7개 단체가 회원 단체로 활동 중이다. 대전지역 내에 성평등 의식을 확산하며, 진보운동 간의 네트워킹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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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밥 대표이자 구술생애사 작가.호주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전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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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남자 어른 만나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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