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오전 네이트판에 올라온 임산부 배지 글
네이트판
지난 4일 한 커뮤니티에 '임산부 배지 임산부 아니어도 받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임산부가 아닌 한 시민이 별다른 임신 사실 증명 과정 없이 지하철역에서 쉽게 임산부 배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임산부 배지는 그렇게 쉽게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보건복지부에서 임산부에게 제공하는 임산부 엠블럼은 현재 카드 목걸이와 가방 고리 두 종류가 있다. 둘 다 인터넷 공간에선 '임산부 배지'라 부른다.
많은 임산부들이 이용하는 네이버 카페 중 하나인 '맘스홀릭 베이비'엔 임산부 배지를 받기 힘들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카페 별명 'Bread'는 "저희 구 보건소에서 임산부 배지를 안 준다"며 "예전에 지하철 역사에서 줬다는데 정보 좀 부탁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별명 '돌핀호텔 84'도 "이제 18주차인데 임산부 배지가 다 떨어졌다더라"며 "보건소에서 이제 안 준다. 혹시 다른 데서 받을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있느냐"고 물었다.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글을 볼 수 있다. 아이디 'todanf4522'는 "보건소에 갔더니 지하철에 가라고 하더라"고 했다.
지방에 사는 한 임산부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서울에 사는 임산부의 배지를 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산부 배지 품절'도 일어난다. 육아용품을 판매하는 한 사이트에선 배송비를 내면 무료로 제공되는 배지가 품절됐다. 이 사이트에선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동안 임산부 배지가 2000개 넘게 구매됐다.
보건소, 지하철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보건복지부는 2010년부터 매년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에 임산부 배지를 제작해 보건소와 서울시 지하철, 공항철도, 광주 도시철도에서 배포하도록 했다.
<오마이뉴스>가 서울시를 통해 확인해보니 서울시 25개 보건소 중 관악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 보건소는 주말에 운영하지 않고,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성북구, 강북구, 은평구, 서대문구, 금천구는 4월까지 주말 업무를 일시 중단했다. 나머지 11개 보건소는 2, 4째 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임산부에게 철분제, 엽산제를 지원하는 업무를 하지만, 임산부 배지는 보유물량이 없을 수 있어 방문 전 미리 담당자에게 확인해야 한다. 일단, 평일에 일을 하는 임산부라면 보건소에서 배지를 받기란 쉽지 않다.
지하철역에선 어떨까. 임산부 사이에선 5, 6, 7, 8호선을 지나는 지하철역에서만 받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잘못된 정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배지 3만6500개를 보냈다. 서울 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각 지하철 역에 재량껏 분배한다.
하지만 역무원들은 이같은 상황을 잘 모르는듯 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각 지하철 역에 전화로 배지 수령 가능 여부를 문의한 결과, 1호선 중동역 한 역무원은 "5, 6, 7, 8호선에만 배지가 있다"고 답했다. 2호선 신촌역에선 미리 연락하고 오면 배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종로3가역엔 배지가 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