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 골목 초입에는 관광객들에게 익선동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신상호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급격한 변화에 서울시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역사도심인문재생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익선동에서의 원주민 이탈을 막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구상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동네의 집값이 널뛰기를 하면서 원주민은 내몰리고, 도시계획수립은 주민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종로구 익선동은 지난 2004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재개발추진위도 설립하고, 14층 높이의 주상복합단지라는 큰 그림도 그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개발계획을 부결했다. 주변 지역 특성상 고층 빌딩을 짓는 것보다는 한옥보전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개발 계획이 차질을 빚자, 추진위는 지난 2014년 자진해산을 결정한다. 서울시는 같은해 구역해제를 할 경우 난개발이 우려된다면서 대책 수립 전까지 구역 해제를 보류했다. 2015년부터 지구단위계획 수립에 착수했지만, 주민갈등 등으로 수립 계획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비사업 무산, 지구단위계획 초안 수립에만 3년이나 걸려서울시는 올해 3월, 익선동 지구단위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이 수립되기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외부 부동산 세력이 임대료와 땅값을 올리고, 주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동네는 이미 '난개발' 상태가 됐다.
남은경 경실련 도시계획센터 팀장은 "개발압력이 높은 곳에서의 상승 압력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서울시 등 공공부문에서 급격히 바뀔수 있는 부분을 통제하고, 세입자들이 내몰리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완충해나갈 수 있는 방안은 마련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면 리모델링이 제한될 수 있다'는 뜬소문이 나면서, 익선동은 곳곳이 리모델링 공사장으로 변해있다. 새롭게 들어온 상인들과 기존 원주민들 사이에 묘한 긴장관계도 형성됐다.
김용민 서울시 도심재생팀장은 "구역해제 방침이 난 2014년부터 신속하게 계획 수립을 진행했으면, 현재의 급격한 변화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당시에는 젠트리피케이션(주민이탈)에 대한 개념이나 문제의식이 없었던 탓도 있다"라고 말했다.
주민이탈 방지, 사생활 침해 또렷한 대책 없어
지구단위계획에서 주민이탈 방지를 위해 수립한 대책도 보잘 것 없었다. 익선동 지구단위계획을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주민 이탈) 방지를 위한 대책은 '편의점과 프렌차이즈 음식점의 유치를 막는다'는 한 줄 내용이 전부다. 현재 주민이탈은 편의점과 프렌차이즈 음식점의 난립으로 보긴 어렵다. 오랜 기간 공들인 결과로 보기에는 부실하다.
김 팀장은 "익선동 내에서 이뤄지는 개인간의 부동산 거래를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 "공공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은 익선동 한옥 보전을 하고, 전통문화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광 활성화 목적에만 초점을 맞췄다. 앞서 UCC공모전을 통해 익선동을 관광하기 좋은 곳으로 알리기에만 집중했던 행보와 다르지 않다.
관광객 밀집으로 거주민에 대한 사생활 침해가 이뤄지는 문제는 여전히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도 주민 사생활 보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낡은 지역은 관광활성화라는 답은 명쾌하게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에는 여전히 모르쇠다.
남 팀장은 "서울시나 종로구가 이 지역을 거주지로 보전하겠다는 생각은 갖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입주민 사생활 침해 문제는 주민들 합의에 따라 방안이 수립돼야 하는데, 상인과 원주민, 집주인 모두 생각이 달라 합의 도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