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선동에서 20년간 세탁소가 있었던 자리. 세탁소 주인이 떠난 곳에는 카페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신상호
"저기가 익선동이래, 가보자." 익선동 골목길이 보이는 주차장 부근, 20대 여성 두 명이 조잘거리면서 골목길 안으로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길 안으로 들어가니, 평일임에도 카메라를 든 20~30대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동네 구석구석을 찍고 있었다.
김규리씨는 "SNS에 나와있는 사진 풍경을 보고, 이곳을 찾게 됐다"면서 "삼청동 느낌의 한옥 골목 풍경이 좋아 사진도 몇 장 찍었다"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오래된 골목, 익선동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50년은 더 된 낡은 주택과 골목길의 정취는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기 때문이다. SNS로 입소문이 나고 관광객들이 밀고 들어오면서, 익선동은 급변했다. 집값이 오르고 오른 집값에 떠밀려 원주민들이 급속도로 사라졌다. 원주민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들처럼 증발하고 있다.
"원주민은 무슨... 다 떠나갔어"50대 중반의 익선동 세탁소 주인인 김아무개씨는 세탁소 장부를 넘기면서, 짤막하게 말했다. 그는 익선동에서 50년간 살아온 토박이다. 30년 넘게 세탁소를 해오면서 단골도 많았는데, 언젠가 단골 손님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최근 1년 반 사이 동네가 뒤집혔다고 했다.
"월세를 보통 50만 원을 받던 걸 집주인이 갑자기 200만~300만 원을 부르는데, 그걸 누가 버텨? 이렇게 바뀌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어. 집값 비싸지니 집주인들은 좋겠지. 그런데 확실한 건 원주민은 이제 없어. 없어." 원주민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 장부를 넘기던 그의 손엔 힘이 들어갔다. 동네의 변화가 썩 달갑지만은 않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