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분 할머니가 그림일기를 쓰고 있다.
<무한정보> 장선애
이영분 어머니는 밤늦은 시간까지 일기를 쓴다. 어떤 날에는 그림까지 그리다 새벽 한 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든다. 2015년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은 벌써 10권, 그림 일기장은 2권째다.
대부분 "일기를 쓰라"면 "오늘 특별한 일이 없었다"거나 "쓸 이야기가 없다"는 불평부터 하건만 어머니는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 걸까? 더구나 스물셋에 결혼해 50년째 한 마을에서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고 있지 않은가?
어머니의 일기에는 밭을 매다 만난 방아깨비, 도로를 건너던 지렁이에 대한 걱정, 청개구리 울음소리, 거실문에 붙어 있던 나비 한 마리, 문해교실 수업, 사위들과 함께 한 뜬모, 눈온 날 풍경, 딸이 선물한 공책, 밤나무 아래 꿩 한쌍… 전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특별하게 담겨있다.
그림은 또 어떤가. 한 번도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어머니가 표현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은 참으로 생생하다. 꽃과 새, 곤충, 바다와 산들도 모두 생물인 듯 살아 움직인다. 사인펜과 색연필로만 표현하는 색채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