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스텝과 밤마다 보드게임을 하곤 했다.
최정남
"셰프님 죄송합니다. 그만두고 싶어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무사히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전공과 관계없는 요리사의 길을 10개월간 걸었습니다. 가장 바쁠 때는 하루 15시간 가까이 일하는 등 주당 평균 70시간을 주방에서 보냈습니다.
요리하는 것은 즐거웠으나 장시간 노동과 내가 좋아하는 여행, 사진, 음악 등을 포기해야 하는 삶이 힘겨웠습니다. 나는 요리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삶과 일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꼈을 때 직업으로서의 요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주방에서 하루 8시간씩 일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아마 나는 지금도 요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문득 호주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하루 6시간 정도 일하고 남은 시간은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는 그의 삶이 한편으로 부러웠습니다.
삶과 일의 균형을 맞춰가던 그,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했던 환경이 그리웠습니다. (물론 호주의 모든 요리사가 하루 6시간 일하고, 한국의 모든 요리사가 12시간 이상 일하지 않습니다. 호주에도 12시간 넘게 근무하는 요리사가 있는가 하면 한국에도 8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요리사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