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무서워하는 범
강병호
이주희 님이 쓴 <야생 동물은 왜 사라졌을까?>(철수와영희, 2017)는 한국에서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만한 스물두 가지 목숨붙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호랑이와 표범', '곰과 여우', '수달과 담비', '꽃사슴과 산양', '물범과 물개', '수리부엉이와 독수리', '따오기와 뜸부기', '구렁이와 남생이', '맹꽁이와 금개구리', '꾸구리와 좀수수치', '소똥구리와 장수하늘소' 이렇게 두 가지씩 묶어서 왜 사라졌거나 사라지려 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스물두 가지 목숨붙이를 다루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제 눈에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전남 고흥에서 사는 '세계에 딱 하나만 있다'고 하는 좀수수치입니다. 제가 바로 이 전남 고흥에서 살거든요.
좀수수치는 미꾸리를 닮은 나룻이 있는 작은 민물고기로, 1995년에 학계를 거쳐 처음 알려졌다고 해요. 1995년이면 전남 고흥은 아직 '나로 우주센터'를 짓기 앞서예요. 벌교에서 고흥으로 들어오는 네찻길이 안 뚫리던 무렵입니다. 그러나 그 뒤 고흥은 나로 우주센터를 짓기로 했고, 벌교에서 고흥읍을 거쳐 녹동과 나로로 이어지는 넓은 찻길을 새로 닦습니다.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온 나라에 '4대강 막삽질'이 이루어졌는데, 이때 고흥이라고 하는 작은 고장에서는 '하천정비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작은 냇물이나 골짜기를 삽차로 파헤쳐서 시멘트를 들이붓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 시멘트 막삽질은 2017년 요즈음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