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열전> 1, 2, 3 / 지은이 사마천 / 옮긴이 장세후 / 펴낸곳 연암서가 / 2017년 2월 25일 값 각 35,000원
연암서가
<사기열전>1, 2, 3(지은이 사마천, 옮긴이 장세후, 펴낸곳 연암서가)은 사마천이 지은 <사기> 중 70편으로 돼있는 <열전>을 원문(한자)과 번역문을 동시에 읽을 수 있도록 펴냈습니다.
<사기>는 한나라 때 사람 사마천(B.C 145∼B.C 86년경으로 추정)이 약 3000년에 걸친 고대 중국의 '역사와 인간사'을 기록한 명저입니다. <사기>는 본기(本紀) 12권, 표(表) 10권, 서(書) 8권, 세가(世家) 30권, 열전(列傳) 70권 등 총 130권, 52만6500자나 되는 방대한 기록입니다.
<사기>는 사마천이 아버지 사마담의 유지를 받들어 궁형(남근을 거세당하는 형벌)이라는 형벌까지 극복해가며 완성한 효의 마무리이자 대를 이어 완성한 역사적 걸작입니다.
우리나라 조선 이전 역사는 '김부식(삼국사기)이나 일연(삼국유사)이 없었다면'을 가정하면 깜깜해지고, 고대 중국 역사는 '사마천(사기)이 없었다면'을 가정하면 암담해 질만큼 <사기>는 고대 중국역사를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위대하고도 방대한 역사서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선왕조실록>처럼 일기를 쓰듯 연대순(날짜순)으로 기록하는 편년체(編年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방식은 역사를 군주의 정치 관련 기사인 본기(本紀)와 신하들의 개인 전기인 열전(列傳), 통치제도·문물·경제·자연 현상 등을 내용별로 분류해 쓴 지(志)와 연표(年表) 등으로 기록하는 기전체 방식입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가 기전체 방식으로는 처음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하니 <사기>는 불후의 역사서이기도 하지만 역사를 정리하는 기전체 방식을 개척해 낸 선구자이기도 합니다.
<사기>는 인문학적 복합 역사서 <사기>는 단순히 역사만을 기록하고 있는 역사서가 아닙니다. 문학작품이고, 인문학이고, 정치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직시하게 하는 반면교사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도 좋을 처세술입니다.
<사기열전>은 3권 세트로 돼 있습니다. 1권에는 '1-백이 열전'부터 '25-여불위 열전까지', 2권에는 '26-자객 열전'부터 '50-흉노 열전'까지, 3권에는 '51-위 장군 ·표기 열전'부터 '70-태사공 자서'까지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5족을 멸족당한 왕온서 이야기는 62-혹리 열전(酷吏列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光祿徐自爲曰 悲夫 夫古有三族 而王溫舒罪至同時而五族乎 광록 서자위가 말하였다. "슬프도다, 대체로 예로부터 3족을 멸한 일은 있었지만 왕온서의 죄는 동시에 5족을 멸함에 이르렀도다!" - <사기열전> 3499쪽왕온서는 도대체 무슨 엄청난 죄를 지었기에 5족을 멸족 당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은 앞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왕온서는 아첨을 잘하여 권세가 있는 자는 잘 섬겼고, 권세가 없는 자는 종처럼 여겼다. 권세가 있는 집은 간악함이 산과 같아도 건드리지 않았으며, 권세가 없는 자는 귀척이라도 반드시 능욕하였다. 법을 멋대로 적용하여 교묘하게 빈민의 교활함을 들추어내었고 이로써 호족들을 위협하였다. 그 중위로 다스림이 이와 같았다. 간사하고 교활한 자는 끝까지 다스렸는데 거의 모두 옥중에서 몸이 너덜너덜해졌으며 형이 확정되면 나오는 자가 없었다. 그의 심복 관리들은 호랑이에다 모자를 씌운 격이었다. 이에 중위의 관할에서 교활한 자들은 모두 몸을 숨겼고 권세 있는 자들은 명성을 높여주어 잘 다스린다고 칭찬하였다. 몇 년을 다스리는 동안 그 관리들은 거의가 권세를 내세워 치부하였다. -<사기열전> 3497쪽백성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관리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자기보다 권력이 센 사람들에게는 아부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자신보다 권력이 약한 자들에겐 착취와 군림의 도구로 악용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고관직 상승 이사가 3족을 멸족 당한 까닭은진시황 때 이사는 승상(천자를 보필하는 최고관직)이었습니다. 이사는 초나라 때 상채 사람으로 젊어서는 하위직 관리였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쥐와 창고에 있는 쥐가 달리 행동하는 것을 보고 다시 공부해 드디어 진시황제에게 선택받습니다.
이사는 추방 위기에 몰리기도 하지만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내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설득해 위기를 모면합니다. 이사는 글만 잘 쓴 게 아니라 말도 잘했습니다. 설득력도 갖고 있었습니다. 이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할 수 있는 상승의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상승의 말로는 삼족을 멸족당하는 불행이었습니다. 그렇게 영민하던 이사가 삼족을 멸족당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먼저 자식 문제로 약점이 잡혔을 때 정정당당히 법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조고와 어렴풋이 야합을 한 게 운신의 폭을 얽어매는 족쇄가 됐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권모술수에 능한 조고가 바로 환관, 문고리권력을 쥐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조고는 2세(호해)가 한가할 때는 별별 핑계를 대서라도 이사가 보고를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다 2세(호해)가 연회를 하면 이사에게 연락을 해 보고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모처럼 기분 좋게 연회를 하고 있는데, 평소에는 보고를 하지 않던 승상(이사)이 3번씩이나 보고를 한다고 나타나 연회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니 황제는 이사가 일부러 연회를 방해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조고는 환관이라는 직분을 십분 이용해 승상과 황제 사이를 이간질시키고 불신을 조장해 자신의 처신에 방해가 되는 승상(이사)을 제거하고 자신이 승상으로 등극합니다. 하지만 조고 또한 결국에는 삼족을 멸족당하니 예나 지금이나 가려진 진실은 드러나고 잘못된 처신을 화를 부른다는 걸 알려줍니다.
원문과 함께 읽으면 새겨가는 의미 곱 돼 원문이 한자로 된 고전을 번역서로 읽어 그 내용을 아는 것도 충분히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읽어나가는 속도가 좀 더디더라도 저자가 사용한 한자까지 곁들여 읽게 되면 책을 읽는 재미는 더해지고 새겨가는 의미는 곱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