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야구동호회를 통해 얻은것은 결국 야구실력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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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를 가입한 건 입사한지 6개월 가량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회사에 조금 적응하고 팀원들과 조금 편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내 업무 특성상 우리 팀원들보다는 다른 부서 사람들을 대할 일이 더 많았는데 야구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었다.
다른 동호회와 달리 야구 동호회는 '팀워크'가 좋았다. 야구라는 특성답게 우리는 회사 이름을 걸고 리그에 참가해 다른 기관이나 기업들을 상대로 한 달에 두세 번 게임을 해야 했다. 시간 나면 모여서 연습하고 함께 밥 먹고 하면서 아주 많이 가까워졌다.
가까워진 사람들 사이는 자연스럽게 업무에도 적용됐다. 회사에는 분명 업무 기준이나 절차가 있지만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었고 동호회 사람들의 끈끈한 팀워크는 서로 부서가 달라도 '함께' 도와줄 수 있는 협동과 배려를 만들어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업무 역시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업무와 관련 없을 것 같은 동호회 활동에 왜 돈을 쓰는지를, 그리고 왜 좀 더 빨리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것인지도 후회됐다.
우리 회사는 전국 각지에 여러개 본부가 흩어져 있었다. 그만큼 동호회 종류도 각양 각색이었다. 하지만 야구 동호회는 전국에서 부산본부와 우리 경남본부 딱 2곳에만 있었다. 부산본부 야구동호회는 우리처럼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리그를 뛰거나 하는 등의 활동없이 이름만 유지하는 정도였다.
우리 경남본부의 야구 동호회는 전사에서도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매일 아침 방송되는 그룹뉴스와 사내뉴스 시간에도 자주 우리 동호회 소식이 실렸다. 나는 우리 야구 동호회에서 '장비관리' 담당을 맡으면서 '홍보' 역할도 담당했다. 동호회에서 무슨 '홍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동호회의 대내외적인 활동을 전사적으로도 홍보해 회사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었다.
매일 아침에 방송되는 사내뉴스 이외에도 나는 우리 동호회의 활동 소식을 사내 자유게시판 등을 이용해 꾸준히 공유했다. 이런 나의 활동은 '열정' 가득한 사원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이 별로 없이 한가한가 보네'라며 비꼬듯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꾸준한 이 활동은 몇년 뒤 우리 회사가 우리가 뛰는 야구 리그의 스폰서 기업이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
우리가 뛰는 리그는 매년 스폰서 기업을 찾는다. 리그 주최사가 되면 리그명 앞에 'OO'배 라며 주최사 이름이 따라 붙어 1년간 홍보 역할을 하게 된다. 리그의 주최사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든다. 최종 결정권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장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인 야구 리그에 섣불리 비용을 지출하기에는 충분한 이유와 명분이 필요했다.
2013년, 결국 우리 회사는 리그 주최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한해동안 야구리그 앞에는 우리 회사의 이름이 따라 붙었으며 1년에 한 번 있는 리그 개막식에는 우리 경남본부 본부장님이 개회사를 하셨다. 그리고 우리 동호회 회장은 리그의 관리국장을 맡게 됐다. 그리고 개막식 당일에 있었던 개막전에서 우리는 그 해 첫승이자 마지막 승리를 기록했다.
2009년 처음 리그에 참가해 2013년까지 5년동안 리그를 뛰며 우리 동호회 회원들은 리그 내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열심히 움직였다. 업무가 바빠 연습할 시간이 없어 매번 시합 때나 글러브를 낄 수 있었기 때문에 성적은 5년동안 리그 하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항상 즐겁게 야구를 하며, 더불어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회사가 다른 기관, 기업들과 자연스럽게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도 더욱 노력했다. 그런 우리의 노력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병행했기에 이런 감동의 순간을 맞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직장을 8년동안 다녔다. 8년 중에 7년을 야구 동호회와 함께 했다. 돌이켜보면 야구 동호회를 하면서 살갑지 못한 내 성격에도 여러 부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내 '까칠한' 성격에도 이해와 배려를 받으면서 별로 힘들지 않게 조직생활에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직장인은 일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랬었다. 하지만 결국 직장은 작은 '사회'이고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그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
하지만 성격상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동호회 중에서도 함께 팀으로 움직일 수 있는 스포츠 동호회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단순히 그 스포츠 기술만이 아니다.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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