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rwaets 화면캡처독일 제 3대 대통령 구스타프 하이네만을 기리는 우표를 설명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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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독일의 뒤틀린 애국자들두 번째 퀴즈는 어쩌면 이제 한국에서도 유효할 수 있겠다. 나는 종종 베를린 거리에서 독일 국기를 들고 집회를 하는 시위대들을 마주한다. 그럴 땐 가던 길도 돌아간다. 만에 하나라도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자칫 알 수없는 비웃음 또는 비하 발언을 들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독일 국기를 들고 있는 극우주의자들의 집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일례로 극우주의자들 100명이 독일 국기를 펄럭이며 집회를 한다면, 1000명의 사람들이 반극우 집회를 벌인다. 두 그룹은 서로를 비난하기도 하고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그렇다고 반극우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 독일국기를 극우주의자들에게 뺏겼다며 덩달아 독일 국기를 들고 나오는 일은 더더욱 없다. 그저 평화, 사랑이라는 단어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올 뿐이다.
한편 애국+보수+국기의 조합은 일찍이 유럽사회에 존재해왔다. 특히 독일에서는 '애국적 유럽인들'이 사회적인 골칫덩어리로 취급당한 지 오래다. 그들은 '페기다'(Pegida)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라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태극기집회와 독일의 페기다집회 사이에는 여러 공통점들이 존재한다.
첫째,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스스로를 '애국자'라고 자부한다.
둘째, 국기를 집회에서 펄럭인다.
셋째, 남성들이 시위대의 다수를 차지한다.
넷째, 시위대 중 군복을 입거나 군화를 신은 사람들이 있다.
다섯째, 자신과 다른 생각의 사람을 '적'이라 규정한다.
여섯째, 독재자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다.
일곱째, 가짜 뉴스를 생산, 배포, 맹신한다.
차이점도 분명 존재한다. 태극기집회 구성원들은 '빨갱이' 혹은 '종북'을 혐오하고, 페기다 집회 구성원들은 '외국인'을 혐오한다. 또한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태극기집회를 옹호하지만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과 극우주의정당을 제외한 대다수의 독일 정치인들은 페기다를 매섭게 공식적으로 비판한다.
독일의 극우주의자들은 자국의 국기만을 들고 나오지만 한국의 극우주의자들은 태극기뿐만 아니라 성조기도 들고 다닌다. 한국 극우주의자들은 한손에는 태극기를, 한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애국'을 외친다는 면에서 국수주의의 카테고리에도 들어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자신들의 국가를 타국에 자진해서 종속시키는 국수주의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태극기 집회에서 나오는 혐오발언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지만 독일에서는 증오와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들에 대해 법률상 제재조치가 가해진다.
그 예로 작년 말 독일 드레스덴 지방법원은 페기다의 창립자인 룬츠 바흐만에게 9,600유로(한화 약 1천 백만원)의 벌금이 선고되었다. 그는 난민들을 동물로 비유하는 욕설을 함으로써 혐오분위기를 조장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얼마 전 2월 초, 독일-터키계 소설가 아키프 피린찌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민혐오를 선동하는 글을 게시하여 11,700유로(한화 약 1천 3백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문장 180개마다 65유로의 벌금이 선고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