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깟깟 마을 입구
이명주
숙소가 밀집한 곳에서 이곳 사파 주민들이 꾀죄죄한 몰골로 아름답지만 꼬질꼬질한 전통 의상을 입고 동정이 아닌 이상 살 것 같지 않은 때묻은 팔찌 등 액세서리를 파는 모습이 안돼 보였다. 하지만 마을 안에선 달랐다.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아름답고 당당했다.
'맞다. 우리의 삶은 이러했고, 계속 이러해야 했는데' 하는 자각. 자연 재료로 지은 집, 자연의 힘을 빌린 기구들, 그런 집에 살며 그 기구들을 이용해 자연과 삶을 가꾸는 사람들. 그제야 검고 흙 묻은 그들의 얼굴과 옷이 더러움이 아닌 자연스러움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잡아 먹힐지언정 사는 동안 삶다운 삶을 사는 동물들. 공장이 아닌 집에서,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돌봄 받으며. 닭이 제 새끼인 병아리와 순한 개 앞을 지나가고, 동화에서만 봤던 돼지 삼형제가 옹기종기 붙어 볕을 쬐고, 오리는 도랑에서 물을 먹고, 사람 아이들과 더불어 노는.
더딘 걸음으로 약 3시간 만에 깟깟 마을 구경이 끝났다. 베트남 사람인 옌 덕분에 좀 더 알차고 편안한 여정이었다. 그리고 정말 마술처럼, 마치 안개가 우리의 마을 구경을 허락해주고 또 그것이 끝났음을 알아차린 듯 산안개가 다시금 몰려와 모든 걸 하얗게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