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간이역 역전 중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역전이 아닐까. 보성군 득량역전 추억의 거리.
박장식
여유로워진 삶,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역전의 '부활'은 끝이 없다 경북 봉화의 분천역은 관광열차 오트레인, 브이트레인 개통 이후 산타마을로 조성되었다. 산골 오지 한 가운데의 분천역을 찾는 승객들, 즉 관광객들이 늘어났다. 또 이들이 분천역에서만 관광을 끝내는 것이 아닌, 봉화, 울진, 태백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관광을 계획할 수 있게끔 되면서 분천역이 대표적으로, 가장 먼저 화려한 '부활'을 한 셈이다.
서울사람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할 보성군 득량면 소재지의 득량역전은 7080세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추억'을 콘셉트로 한 추억의 거리로 단장되었다. 마치 70년대의 거리를 2017년으로 가져온 듯한 모습에 일부러 '추억의 기차'를 타고 찾는 관광객이 늘어났다. 열차가 네 번 서는 간이역이 전남권을 넘어 전국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재탄생한 셈이다.
광주송정역 앞의 송정역전매일시장은 서울의 '연남동 동진시장' 못지 않은 청년창업의 성지가 되었다. 매일시장은 노인들만 잠깐잠깐 찾다가, 그마저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문을 닫는 점포가 늘고 있었다. 그러던 중, 1913 송정역시장으로 재탄생하면서 시장만의 느낌을 가지며, '핫플레이스'마냥 멋진 상품과 광주만의 맛깔난 음식, 퓨전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김천구미역 앞에는 혁신도시가 조성되었다. 한국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 법률구조공단 등이 김천구미역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다. 열차가 서지 않던 간이역인 원주의 반곡역 역전에도 대한석탄공사, 도로교통공단, 적십자사, 한국관광공사 등 다양한 공공시설이 입주해 무려 7년만에 열차가 다시금 멈추게 되었다. 역전이 편리한 교통을 등에 업고 이제는 '행정의 중심'으로 다시 거듭나는 셈이다.
밤차타고 내린 역전의 찬 공기, 앞으로도 '역 앞만의 에너지' 느낄 수 있기를'역전'이라는 브랜드는 원래의 우범지역, 그리고 수탈의 상징에서 탈피해 모두가 갖고 있을 역 앞에서의 아련한 추억을 '보정할 수 있는' 멋진 공간으로, 그리고 다시금 지역산업의 중심지이자 행정의 중심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할 만 하지 않나.
역 앞의 에너지를 아시는가. 먼 길을 떠나는 이들의 설렘과 기대가, 출근길의 노곤하지만 바쁜 발걸음이, 먼 길에서 돌아온 자들의 묵직하지만 '잔뜩 얻어오는' 마음 담긴 보폭이, 퇴근길의 신나고 즐거운 발걸음이 오가는, 편도티켓을 끊은 사람의 망설임 담긴 걸음걸이가 있는, 바로 그 에너지 자체가 '역 앞의 에너지'이다.
시대가 조금씩 변할지라도, 역 자체의 긍정적인 에너지만은 계속해서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역전'의 가장 큰 존재의의 아닐까. 이제 행락객이 전국 방방곡곡을 채울 봄철이 다가오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역전에, 배낭을 맨 관광객들이 얼마나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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