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개의 재료달래와 냉이 매운 고추가 봄철 밥상을 풍성하게 한다. 간혹 즉석에서 된장을 풀어 끓이기만 하면 된장찌개가 되는 줄 아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맛 좋은 된장찌개랄 수 없다. 먼저 된장과 다시멸치에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끓여 놓고 다시멸치를 건져낸다. 여기에 간을 맞춰 물을 붓고 두부와 대파, 호박 등을 넣고 끓이다 냉이와 달래, 매운 고추, 부추를 넣고 불을 곧장 끄면 향기롭고 맛 좋은 된장찌개가 된다.
정덕수
이른 봄 들에서 캔 냉이와 달래를 이용하여 국을 끓이는데도 지방마다 혹은 가정마다 된장을 주요 간맞춤 장으로 이용하는 것은 같지만, 굴이나 멸치, 표고버섯가루 등으로 보다 다양한 재료를 추가하여 봄철에 필요한 영양들을 얻는다. 영양제나 보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있는 집들은 먼저 간장을 내지 않은 된장으로 국을 끓여 된장의 맛에 길들여지게 할 필요가 있다. 이때 된장국을 끓이며 맑은 국물을 얻으려고 메주콩의 알갱이들을 모두 걸러내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직접 담근 된장이라면 그럴 필요는 없다. 메주콩의 알갱이를 채로 걸러내는 걸 보고 물었더니, "메주콩을 먹는다는 게 뭔가 덜 좋은 거 같아서"라는 대답을 하는 걸 보면 일본식의 미소에 길들여진 문화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된장을 그대로 넣어 찌개나 국을 끓였고 무침에도 된장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는 오래된 관습이고 한국음식의 전통적인 방식이다.
솔직히 식당에서 내는 된장국은 메주콩을 어떤 콩으로 이용했는지를 모르는 까닭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직접 농사를 지어 된장을 담근 경우라면 100% 신뢰를 하고 그대로 먹어도 된다.
양양은 국도에서 벗어난 곳 어디나 밭이 있다. 그만큼 냉이와 달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는데, 양양읍에서 4일과 9일에 펼쳐지는 장날 풍경을 보면 촌로들이 손수 캔 냉이와 달래 같은 푸새를 파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집에서 담근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이 있다면 촌로들이 파는 달래나 냉이, 씀바귀는 기막힌 먹거리가 된다. 직접 들에 나가 채취를 해도 좋겠지만 그런 경우 비슷한 모양의 풀이 많아 산촌에서 생활했던 이들이 아닌 경우 종종 엉뚱한 식물을 잔뜩 채취하곤 하니 권하지 않는다.
냉이 몇 뿌리만 썰어 넣어도 된장찌개는 확연히 맛이 달라진다. 계절을 불문하고 냉이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한 수저 입에 넣는 순간 이미 머릿속으론 봄 향기가 푸릇하게 피어오른다.
여기에 착안해 오색약수터 앞 몇 곳 식당에서는 사계절 된장찌개에 냉이를 넣어 고객에게 제공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봄철 냉이가 많이 시장에 나올 때 대량 구입해 깨끗하게 손질한 뒤 살짝 데쳐 하루 사용할 분량만큼 포장을 한 뒤 냉동시켜 보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