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정문을 들어서고 있다.
이희훈
황 대행은 수사가 끝나지 않은 사안들의 경우 검찰이 특검수사 결과를 토대로 수사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엄중하고 충실하게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는 황 대행의 주장은 애초 특검이 출범한 이유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나 다름이 없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특검을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이 바보가 아닌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려는 황 대행의 저의를 모를 리가 없다.
무엇보다 황당한 것은 특검 수사가 조기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사 시간을 연장할 수 없다고 밝힌 대목이다. 황 대행의 인식대로라면 검찰 수사 역시 다를 것이 없다. 그 역시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선이 끝날 때까지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황 대행은 특검연장을 거부하며 남은 부분은 검찰이 수사하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지독한 모순이자 이율배반적 행태다.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니 한심하다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특검연장 승인에 관한 법리적 해석도 논쟁거리다. 수사 기간 연장의 주체가 대통령이 아닌 특검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특검법 제9조3항에 따르면, 수사가 미흡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시 그 사유를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1회에 한해 30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특검법에 적시된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란 대목이 특검연장의 요건이 충족되면 승인해야 하는 '기속 행위'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가 미진한 경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 등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주체는 특검이고, 이 요건이 충족될 경우 대통령은 반드시 승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특검법 제9조3항의 내용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사 기간 연장을 결정하는 주체는 대통령이 아닌 특검이라는 의미로, 법리적 논쟁이 있는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권 행사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황 대행의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권한행사를 넘어선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대행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라 일시적인 권한대행일 뿐이기 때문에 권력행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청와대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던 특검의 행위를 황 대행이 방해했을 당시에도 불거졌던 문제다. 이처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황 대행의 권리행사 자체에 논쟁의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 대행은 특검연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래 '초록은 동색이며, 가재는 게 편'이라 하지 않던가. 그동안 '박근혜의 아바타'라 평가 받아온 황 대행에게 특검연장을 승인해야 할 이유 따위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괴멸 직전에 빠진 보수진영의 대안으로 떠오른 황 대행이 그들을 등지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특검연장을 수용할 리가 만무한 까닭이다.
다수 국민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온 박영수 특검팀이 특검연장 거부라는 암초에 부딪히며 수사를 마무리하게 됐다. 지난 3개월 동안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특검의 놀라운 분투, 그리고 특검을 향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생각하면 허탈감이 결코 적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말도 있다. 설사 특검이 종료된다 하더라도 국정농단의 진상이 규명되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까지 좌초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황 대행의 몽니와 특검연장 거부가 그동안 특검 연장에 미온적이었던 야권의 각성을 이끌어내고 시민사회의 거센 분노를 촉발시킬 가능성도 높다.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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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에 좌초 당한 특검, 아직 실망은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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