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역 2번출구 앞 태극기 시위대가 자리에 앉거나 누워서 농성중이다
김성욱
태극기가 길가에 드러누웠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열린 27일, 헌법재판소 주변에 모인 탄핵 반대 시민들이 노상 항의를 불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쳐라, '탄핵 기각' 아니라 '탄핵 각하'!"
최종 변론이 시작된 이날 오후 2시경, 헌재 정문 건너편의 인도에서 이 같은 구호가 제창됐다. 이는 지난 22일 16차 변론기일 당시 대통령 대리인단 측이 주창한 국회의 탄핵안 소추 과정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그리고 그에 따른 헌재의 원천적인 탄핵 심판 각하 주장의 논리와 보조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법정 내부와 호흡을 맞춘 법정외 투쟁인 것이다.
마이크를 들고 구호제창을 주도하던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는 태극기 시민들을 향해 "아니 기각이 아니라 각하라니까"라며 "우리는 원래 예전부터 '각하'란 말을 참 좋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 출입구인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앞에서도 장외투쟁은 이어졌다. 경찰들에 의해 제지된 태극기·성조기 시위대들이 출구 앞에 아예 드러누워 버린 것이다.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를 근거로 헌재 100m 이내로 진입하려는 시위대를 막아서자, 시위대들은 자리를 깔고 누워 항의했다.
길가에 드러누운 한 장년 여성은 "왜 촛불 젊은이들은 (헌재 쪽으로) 보내주고 우리들(탄핵반대 시위대들)은 막아 서느냐"며 경찰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태극기나 성조기 등 집회 목적의 소품들이 눈에 띄지 않는 시민들은 아무 제지 없이 헌재 쪽 통행이 가능했다. 12시경부터 2번 출구 앞에 드러누운 태극기 시위대들은 3시 30분경 현재까지도 순서를 바꿔가며 사실상 기자회견이 아닌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