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환자와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주먹쥐고 치삼>의 한 장면. ⓒ 손준수
손준수
학창시절부터 연극이 너무 좋아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오가며 연기를 배운 청년 이동근. 그는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지 마비가 되면서 학업을 접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5년간 병상을 지키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는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포기했던 연극에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배우지망생 이동근의 도전은 치열했다. 1년 동안 연극 200편을 보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 멘토 10명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뜻이 맞았던 20대 연극인들과 함께 <이십할 페스티벌>이라는 연극제를 기획한다. 맨땅에 헤딩하듯 직접 극본을 쓰고 연기도 한 축제를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여세를 몰아 두 번째 연극제를 준비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우연히 들른 한 사무실에서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으면서 생사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화상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는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꿈 많았던 청년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졌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다 타버린 손에 스마트폰 터치펜을 묶고 "내가 다시 살게 된다면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유언처럼 SNS에 글을 남겼다. 고통스러운 재활과정을 거치며 상태가 호전되던 중에 그의 소원을 이룰 기회가 찾아왔다. 함께 연극제를 기획했던 동생이 찾아와 연극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전처럼 무대에 서서 연기와 노래는 할 수 없지만,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기획자 역할은 할 수 있었다. 기적적으로 상처가 회복되면서 퇴원을 한 그는 프로듀서로서 연극과 토크콘서트 등 10편의 공연을 기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