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찾아간 순댓국집의 차림표.
전갑남
우리가 찾아간 국밥집은 아주 정갈해 보입니다. 예전 장터에서 본 어수선한 국밥집과는 사뭇 다릅니다. 실내 장식이며 탁자도 현대식으로 깨끗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도 좋을 분위기입니다.
나는 바로 주문을 하였습니다.
"여기, 토종순댓국으로 둘이요!"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내가 벽에 걸린 메뉴판을 보더니만 주문을 달리하자고 합니다.
"여보, 순댓국은 하나만 시키고, 피순대 시켜먹으면 안 돼? 저기 벽 사진이 아주 먹음직스럽네!""당신, 피순대 좋아?""그럼요!"아내는 지난 날 고향에서 먹어본 피순대 맛을 아는 모양입니다. 피순대가 진짜 토종순대라고하면서 여기 맛은 어떤지 보자고 합니다.
씹히는 맛이 있는 영양식품인 순대예전 집안에서 큰일을 치를 때 일이 생각납니다. 혼례나 회갑잔치 같은 일이 있으면 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였습니다. 돼지 잡는 날은 온 동네가 떠들썩했습니다. 지금이야 위생시설을 갖춘 도축장에서만 도살을 하지만, 70~80년대만 해도 집에서 기른 돼지를 도축하기도 했습니다.
돼지를 잡을 때 다리를 새끼로 꽁꽁 묶어 큰 암반위에 올려놓고, 동네 어르신이 돼지 멱을 따던 추억이 생생합니다. 멱에서 쏟아진 선지를 큰 대야에 받았습니다. 선지는 순대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식재료입니다. 선지, 각종 야채, 고슬고슬한 찰밥을 버무린 뒤 깨끗이 손질한 작은창자와 막창에다 쑤셔 넣고 순대를 만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 순대를 썰어 먹은 맛은 기가 막혔습니다. 잊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