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지난 2016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남소연
이 시대, 최악의 피해자는 청년입니다. 노예처럼 일할 곳은 많지만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키워갈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데 창업이니 해외취업이니 헛소리만 난무합니다. 저는 청년들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청년끼리 똘똘 뭉치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 부모세대 신경쓰지 말고 청년만 생각하십시오. 온갖 위원회로 참여하는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설 때가 되었습니다.
경험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주역은 20대 노동자였습니다.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주노조를 쟁취한 경험을 쌓은 20대 노동자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촛불혁명의 중심은 청년학생입니다. 기성정치를 교체할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게 될 거라 믿습니다.
감옥에서는 풀 한 포기에도 정이 갑니다. 서리가 내리면 단풍이 들고 들풀은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입춘이 지나 동토를 뚫고 나온 새싹은 영하의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시들지 않고 기어이 대지의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간혹 담장 밑에는 12월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리는 질긴 민들레도 있습니다. 마치 청년의 힘과 같습니다.
박근혜 퇴진 후 우리 삶은 나아질까?박근혜 탄핵 후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옥에 있는 몸이라 잘은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욕구를 선언만 하고 요구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고, 광장의 촛불연대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주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한 명령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모여 탄핵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그 결과를 모은 '촛불권리선언'은 옳은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광장의 촛불에는 진정으로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각 부분의 전문가들도 많고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광장 촛불의 요구를 어떻게 실행시킬 것인가 입니다. 민주노총이 적폐청산과 개혁입법을 위해 모든 노동자와 한편이 되어 정치 총파업을 해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아직은 준비가 부족합니다.
파렴치한 박근혜 정권을 직접 끌어내리지 못하고 국회, 헌재, 특검의 처분만 기다리려니 울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그래도 박근혜 탄핵에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만큼 맞잡은 손 놓지 맙시다. 기득권의 저항을 이길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요.
촛불이 민심이었고, 민심은 헌법보다 권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감옥 안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민심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분노하면서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와 결혼했다는 박근혜를 믿었고 당선시켰다.""대를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만 찍었던 세습신념이 무너졌다."정치적 신념이 무너진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 했습니다. 배신의 충격에서 벗어나 드는 생각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줘야겠다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표현하지 않는 다수의 생각도 같을 것입니다. 아빠의 목말을 타고 위대한 역사의 현장을 경험한 아이들은 정의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탄핵이 결정되는 3월 주말에는 광장을 가득 메워 자축합시다. 그리고 적폐청산 개혁입법, 대선요구, 개헌까지 촛불의 명령으로 완수해냅시다. 저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남은 인생의 목표인 노조 조직율 50%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며 박근혜와 공범 부역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겠습니다.
민주노총은 위대한 시민들과 동지(同志)로 한편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데 서툴고 부족한 점 반성하며 내민 손을 따뜻한 가슴으로 잡아주십시오. 기득권의 저항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지가 됩시다. 동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2017. 2. 21
춘천교도소에서 한상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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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박근혜·이재용씨, 감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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