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현판식 갖고 본격적인 수사 개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본격적인 수사 개시를 알리며 현판식을 하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어방용 지원단장, 윤석열 수사팀장, 양재식 특검보, 박충근 특검보, 박영수 특검, 이용복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조창희 사무국장).
이날 박영수 특검은 "국민의 뜻을 잘 읽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올바른 수사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유성호
박영수특검이 처음 출범할 때는 회의적인 생각이 없지 않았다. 특검이라지만 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이 결국 삼성에게 면죄부를 주었던 전력도 떠올랐다. 촛불 때문에 생겨난 특검이 오히려 촛불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다가 박영수특검의 활동상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들에게 옹골찬 '사명감'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들은 스스로 역사성과 오늘의 이정표를 깊이 헤아리고 있었다. 치밀하고 집요하고 철저한 수사로 하나씩 개가를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일차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조의연 판사)의 거부로 좌절되었을 때는 '삼성'의 초법적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굴하지 않고 보강 수사를 진행하는 박영수 특검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희망을 갖게 됐다.
26일 동안의 보강 수사 끝에 심성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지난 16일은 하루 종일, 또 밤새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7일 새벽 5시 30분, 새벽의 미명을 헤치고 내 앞에 우뚝 솟아오르는 산봉우리를 보았다.
나는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며 두 분의 지인에게 '카톡'으로 낭보를 알렸다.
"삼성 이재용에게 드디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새벽의 낭보에 만세를 불렀습니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꼬박 밤을 지새웠습니다. 평생 이런 긴장은 처음인 듯싶습니다. 이제 특검이 더욱 왕성한 의지로 청와대를 압박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에 직면하게 된 박근혜가 이쯤에서 스스로 하야하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끝까지 하야하지 않는다면 헌재가 박근혜 탄핵을 인용하고 특검이 밖근혜를 구속 수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우리는 더욱 위대한 역사의 산봉우리를 만들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환히 비추며 힘차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와 기대속단할 수는 없지만, 헌재의 재판관들도 역사의 장엄한 물굽이를 잘 헤아릴 것으로 믿는다. 19일(주일) 아침, 천주교 수원교구의 한 분 사제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내기를 하지는 제안이었다.
"이 주일 새벽에 뜬금없는 생각이 듭니다. 헌재 재판관들이 탄핵 인용에 전원 찬성한다는 쪽과 전원 반대한다는 쪽을 놓고 내기 한 번 합시다. 어느 쪽을 택하시겠습니까? 저는 재판관 모두 만장일치로 탄핵에 찬성한다는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