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민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 사무국장.
김영숙
'예인선'이라는 단어를 공중파 뉴스에서 자주 접했던 게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다.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기름이 유출된 사고다. 삼성의 예인선이 크레인을 묶어 경남 거제도로 예인하던 중 쇠줄이 끊어져 발생한 사고다.
영어로 'tug boat'라 하는 예인선은 선박을 밀거나 끌 때 사용하는 배다. 힘이 좋으며 조타능력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이 배는 대형 선박의 입항과 출항을 도와주거나 추진력을 가지지 못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2007년 기름유출사고도 자항(=스스로 항해할 수 있는 힘)능력이 없는 크레인을 실은 부선을 예인선이 이동시키다가 생긴 일이다.
예인선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대양예선(ocean going tug)은 외항이나 원양에서 해양 사고에 직접 개입해 구난 작업에 참여하거나 해양구조물의 예인 등의 작업에 종사하는 예선이다. 두 번째 연안예선(costal tug)은 해상구조물을 연안이나 항만의 영역 안에 이동시키는 예선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항만예선(harbor tug)이란 해상구조물을 예인하거나 대형 선박의 입·출항을 보조하는 예선이다.
예선업 회사인 대륙상운(주)에 지난 2006년 입사해 햇수로 12년째 일하고 있는 전동민(사진)씨를 만났다. 전씨는 항만예인선연합노동조합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예인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물으니, 그는 "외국이나 다른 곳에서 큰 화물선이 인천항에 오면 화물선 스스로 부두에 접안하지 못해, 예인선이 화물선에 붙어서 접안을 도와준다. 출항할 때 부두에서 떨어지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인천항에는 예선업을 하는 회사가 5개 있고, 예인선이 30척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다니는 대륙상운(주)에는 예인선 11척이 있다.
교복이 멋있어 지원한 해사고등학교 서울에서 태어나 부천에서 네 살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전씨는 부천중학교 3학년 때 해사고등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학교를 홍보하러 찾아왔는데 그 교복이 무척 멋있었다.
"차이나칼라의 교복에 007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고 왔는데, 그게 좋아 보여 지원했다. 담임선생님도 월급이 많다고 적극 추천했다."
고교 3학년 때 실습하면서 배를 처음 탄 전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병역특례(36개월) 기간에 외항선을 탔다. 복무기간이 끝나자 더 이상 외국 나가는 게 싫어서 국내에서 배를 타는 회사를 알아봐야겠다고 한 게 지금의 이 회사다.
24시간 맞교대(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근무) 근무하는 대륙상운(주) 예인선 노동자들은 배 한 척에 네 명씩 배정돼 2인 1조로 일한다. 배 한 척에는 항해를 담당하는 갑판부와 엔진을 담당하는 기관부가 있다. 갑판부에는 선장과 항해사가 있고, 기관부엔 기관장과 기관사가 있다. 갑판부와 기관부 각각 한 명씩이 한 조가 된다. 전씨는 기관사로 입사해 지금은 기관장이 됐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나중에 배를 안 타고 자동차 정비를 하더라도 기관부가 더 배울 게 많다고 추천해줬다. 항해하는 것보다 성격상 잘 맞는다."작업이 없을 때면 배에서 대기한다. 하루에 보통 대여섯 척의 예선 작업을 한다. 작업시간은, 짧은 건 한 시간 안팎이지만 긴 것은 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선박이 클수록 오래 걸린다. 작업 일정이 미리 나오지만 앞의 작업이 늦어지면 자신의 일을 동료가 대신해야 할 때도 있다. 예측하지 못하는 작업도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쉴 때는 동료들이 한 배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작업이 없는 밤에는 각자 자기 배 침실에서 잔다.
대북 지원물품 싣고 해주와 남포항 다니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