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장 기각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난 적극 전달한 조선(1/20)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선일보는 이 부회장 개인의 입장에서 그의 겪은 '고생'을 그 어떤 매체보다 강조하기도 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튿날, 조선일보는 <이재용, 수의 입고 2평 독방서 12시간… 정말 긴 밤이었습니다>(1/20, 4면, https://goo.gl/3Fieli)라는 5단 기사를 내놨다. 기사는 이 부회장이 "인생에서 가장 길고 힘든 하루"를 보냈다며, 실제 이 부회장의 '고생'을 전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긴장한 탓인지 (…) 거의 식사를 못"했으며 "2평짜리 독방에서 12시간 이상 보내면서도 한숨도 자지 않았"으며, "항문검사를 포함한 간단한 신체검사" 까지 거쳤다는 식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이 부회장의 복장과 표정, 의중과 숙면 여부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금을 횡령하고 최고위공직자와 공모해 사적 이득을 주고받은 피의자의 혐의, 이에 관한 사실관계와 사법 절차를 알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즉, 조선일보는 이재용 개인에 대한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보도로 오히려 대기업의 총수의 혐의라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데 앞장섰다.
■ 특검 향해서는 '법리'에 어긋난다 목소리 높이기도이 부회장의 구속수사에 반대하며 내놓은 조선일보의 또 다른 주장은 특검이 국정농단의 본질과 법리를 엇나간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법원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뒤 이틀 내리 등장한 사설을 보면 조선일보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하며 오류 투성이인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사설/특검, 국정 농단 본류 수사로 돌아가라>(1/20, https://goo.gl/GC8vjR)에서 조선일보는 "도주하거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없는 이 부회장을 굳이 구속할 필요가 없었"으며,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인지 '삼성 뇌물' 수사인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날 <사설/그래도 법관이 허약한 우리 법치를 지키고 있다>(1/21, https://goo.gl/X96JMd)에서는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판사를 두고 "압력에 굴하지 않고 증거와 법률만 보고 갔다" "이런 법관들로 인해 허약한 우리 법치가 그래도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같은 사건으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미 구속됐다. 지시에 따라 실무를 수행한 혐의다. 이 부회장은 최씨 모녀 지원 자체를 부인하다 이제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등 이미 여러 번 말을 바꿨고, 현재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최고 권력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상식에도 어긋난다.
또한 법원이 애초 언론에 밝힌 바와 달리, 영장 기각 사유에는 법리가 아닌 '피의자(이 부회장)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가 포함된 것이 오마이뉴스 등의 보도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이 부회장 구속 수사 반대가 '수사 본류'와 '법치'를 존중해서가 아닌, 한국 최대 재벌 총수인 이재용 개인의 안위를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 조선일보의 삼성 반도체노동자 직업병 보도 : '지우기․따라 읊기․피해자 공격하기'
■ 사건의 진행 및 피해 당사자 목소리 외면조선일보가 국내 최대기업에 간접고용 됐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10년 동안 다뤄온 방식은 판이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발언과 움직임 자체을 외면하는 무보도 행태이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 백혈병 문제와 관련해 사건의 진행을 지면에서 다루지 않는 방식으로 삼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2007년은 삼성 백혈병 문제의 시발점이 된 해다.
(이후 소송으로 산재 승인을 받은) 삼성 반도체공장 노동자 황유미 씨가 23세의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해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해다. 시민단체 반올림이 발족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시기 조선일보는 단 한 건의 보도도 내놓지 않았다. 2009년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리고, 이에 대해 유족이 산재 심사를 청구한 사실 역시 일체 다루지 않았다. 유족들이 산재 인정 소송을 제기한 2010년에도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삼성 반도체노동자 백혈병과 관련한 최소한의 공식 사건조차 외면한 것이다.
■ 삼성의 움직임과 입장은 제목부터 적극 대변그나마 조선일보가 내놓은 삼성 반도체노동자 직업병 관련 기사들은 그 관점과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삼성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반올림이 출범하고 활동하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반도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다, 2010년 삼성이 해당 사안에 대한 여론 대응을 시작하자 삼성의 움직임을 자세히 다루기 시작했다.
실제 <삼성, 침묵에서 '소통'으로>(2010/4/13, B5면, https://goo.gl/wKCnZs)는 "삼성그룹이 안티 삼성 인물이나 단체가 삼성을 비난하더라도 무대응하는 전략을 수정,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삼성이 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도하며 반올림을 "안티 삼성 인물이나 단체"로, 삼성의 움직임은 "소통"으로 표현한 셈이다.
기흥공장 내부 르포기사 <먼지조차 없어요 "유해논란 적극 대응>(2010/4/16, B5면, https://goo.gl/3aEwNz)는 "공장 내부는 깨끗하다", "백혈병 유발물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직접 삼성의 입장을 옹호했다. 백혈병 발병 노동자와 유족이 제기하는 문제는 먼지나 지저분함이 아니라 방사선,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의 백혈병·암 유발 화학물질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기사화하지 않고 오히려 교묘하게 감췄다. 기자로서의 취재윤리도, 언론으로서의 기계적 균형이라는 기본 잣대도 없는 보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