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하리 홍동상회 전경.
<무한정보> 이재형
그 곳은 동네 꼬맹이들에게 천국이었다. 가게문 앞에는 여름이면 '아이스케키통(하드통)'이, 겨울이면 허기진 배를 쥐어뜯을 정도로 유혹적인 무럭무럭 김이 나는 호빵통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는 배겨날 길이 없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또 어떤가.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알록달록한 맛의 향연이 나무진열대 위에 널려 있었다. 눈깔사탕, 십리사탕, 라면땅, 자야, 누가, 쫀디기…. 그 앞에서 침을 안넘길 장사는 없었다.
어디 그 뿐인가. 종이판대기에 주렁주렁 매달린 풍선뽑기에서 딱지, 구슬, 장난감총에 이르기까지 재미있는 놀거리가 그득했다. 꼬맹이들은 한 쪽 손등으로는 코를 문질러 닦고 한 손으로는 호랑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가게를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들키면 "요녀석! 풀방구리 쥐드나들 듯한다"는 꾸중과 함께 등짝을 얻어 맞기 일쑤였다.
동네 아주머니들에게도 구멍가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었다. 두부와 콩나물이며 간단한 찬거리가 있고 성냥, 양초, 당원, 소금 같은 생필품을 사기도 하며, 덤으로 동네 소문을 주워 담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저씨들은 가끔씩 들러 술과 담배 정도 사는, 그래서 담뱃가게로도 불렸다.
그렇게 동네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마을 어귀와 골목길 모퉁이를 지켰던 우리 동네 구멍가게의 추억, 정말로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나던 시절이었다.
2017년 예산군 암하리 윗뜸, 그시절 그 골목길이 있고, 구멍가게도 아직 문을 열고 있는데 그렇게 많았던 꼬맹이들은 보이지 않고 아주머니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
오래 전에 허름한 간판마저 떼어버린 홍동상회는 이제 동네 어르신들이 간간이 드나드는 담뱃가게로 겨우 숨을 쉬고 있다. 홍동상회 주인 장상순(71)씨가 예산군 암하리로 들어온 것은 35년 전이다. 지금 자리의 간판도 없던 구멍가게를 인수해 뿌리를 내렸다.
충남 홍성군 홍동이 고향인 장씨는 나이 서른에 예산군으로 제금을 나서 첫 사업으로 구멍가게를 시작, 40여년 동안 구멍가게 세 곳을 운영했으니 소상공인의 산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