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번의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MBC 무한도전
개강 전 첫 글이다. 거창하기만 한 흰소리 말고 쓸모 있는 글로 시작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화석이라는 별명을 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포함한 전국 다양한 학과의 고학번들 이와 비슷하게 신입생보다 학번이 높은 분들이 명심할 것을 적어 보겠다. 경어체가 아님을 용서하시라.
자꾸 신입생을 술자리에 부르지 마라. 신입생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동기들 있다. 당신보다 더 건강한 간도 있다. 없는 건 당신이 뺏는, 안 그래도 술 마시러 다니느라 부족한 시간뿐이다. 할 얘기 있으면 공강 시간에 해라. 술자리에서 괜히 술잔 주며 "같은 학과 선배잖아" 하지 마라. 선배가 뭐나 된다고 술잔을 강요하나. 고학번이랑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주는 후배를 존중해라. 밥 먹으면서 소화 안 되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자유롭게들 해 봐'하지 마라. 당신 학번을 말하는 순간 자유로운 관계도 아니고 신입생은 고학번에게 큰 관심 없어서 할 말도 없다.
필요하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라. 신입생들이랑 어울리고 싶다며 당신이 "얘들아 언제는 무슨 날이니까 무조건 필참해"라고 명령하는 애들이랑 친해지려고 하지 마라. 대부분의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당신의 과잠 옆에 적힌 숫자를 보고 흔한 화석으로 본다. 그게 당신의 현실이다. 후배들 모아놓고 뭘 자꾸 해보려고 하지 말고 고학번은 가만히 있는 게 학과에 도움 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