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피나무 겨드랑이에 새로운 가지가 돋으려고 합니다.
최종규
마당에 나무 한 그루 크게 서니 '우리 집'을 쉽게 알아봅니다. 마당에 선 나무 한 그루는 철 따라 해가 어떻게 움직이며 달라지는가를 잘 알려줍니다. 마당에 선 나무에 온갖 멧새가 찾아들어 노래를 부릅니다. 마당에 선 나무에 나비가 알을 낳아 애벌레가 깨어나요. 애벌레는 잎을 야금야금 갉아먹다가 번데기를 틀고는 새로운 나비로 깨어나지요. 새는 애벌레를 찾아 나무로 찾아들고, 애벌레는 새한테서 벗어나려고 요리조리 숨듯이 자라다가 나비로 거듭납니다.
나무하고 함께 사는 동안 여러 삶을 지켜봅니다. 나무가 자라는 동안 아이들 몸이며 키가 자라요. 갓난쟁이 무렵에는 나무 둘레에서 기더니, 어느덧 나무를 타고 오르려 하고, 나무를 타고 오를 만한 나이에는 나무한테 귀를 살며시 대면서 나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습니다.
마실길에 만나는 나무한테 다가섭니다. 나무를 온몸으로 붙잡고 올라 보려 합니다. 숲이나 골짜기나 바닷가에서 만나는 나무가 반가워서 큰 소리로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