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오동나무는 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좋아 가구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사진에 보이는 장롱은 반닫이장이다.
곽동운
아들나무는 관으로 짜였다딸나무로 오동나무를 15년 정도를 바라보고 심었다면, 아들나무인 잣나무는 60~70년을 바라보고 심겨졌다. 기대수명이 짧았던 그 옛날에 60년 이상 나무를 길렀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 일생을 같이 한 후 그 아들나무를 잘라 관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들이 죽으면 그 아들나무도 일생을 마치게 됐던 것이다.
딸나무는 '실용성'이라는 말과 어울린다. 이에 비해 아들나무는 '운명체'라는 표현과 어울린다. 나무의 주인과 일생을 함께하다 죽을 때 함께 죽고, 관이 되어 함께 흙에 묻히니까.
한편 아들나무로 꼭 잣나무가 심기지는 않았다. 잣나무의 사촌인 소나무도 아들나무로 심겼다. 얼핏 보면 소나무나 잣나무나 비슷하게 생겨서 쉽게 구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둘을 구분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소나무는 잎이 둘이고, 잣나무는 잎이 다섯이다.
이렇듯 옛 선조들은 딸을 낳았을 때는 딸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았을 때는 아들나무를 심었다. 옛날 이 땅에 태어난 아가들은 그렇게 태어나자마 자신의 나무를 갖고 태어났던 것이다. 이름을 갖듯 내 나무를 가졌던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가? 자신의 나무가 있는가? 없을 것이다. 아니 나무에 눈길을 제대로 준 적도 거의 없을지 모른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나무와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아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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